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안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상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안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상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與 공수처개정안에 반대 의견

정부·與 공수처장 선정 가능에
“견제 원칙… 절차적 손상안돼”
공무원 등 고발 의무 신설에
“檢·감사원 등 중복 고발 우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정부·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 추진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초법적인 무소불위의 권력기구가 야당 견제도 없이 활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법조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기습 상정한 개정안에 일선 법관은 물론 대법원장까지 강제수사를 받도록 한 데 대해 일선 법관들의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24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대법원 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긴 6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검토 의견서는 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실에서 작성됐다.


행정처는 기존 공수처법 6조 4항을 개정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의결 요건 수정, 정부·여당만으로 공수처장 선정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에 우려를 드러냈다. 행정처는 “(해당 조항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처 검사의 요건을 ‘5년 이상 변호사’로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개정 조항은 공수처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화 우려를 일으켰다.

행정처는 개정안에 담긴 수사처 수사관 인원 확대·공수처장의 직무권한 확대·공무원 등의 고발 의무 신설 등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행정처는 기존 10조 2항을 개정해 수사처 수사관 인원을 기존 ‘40명 이내’에서 ‘50명 이상 70명 이하’로 늘리고 검찰청으로부터 수사관을 인원 제한 없이 파견받도록 하는 것을 두고 “조직이 비대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17조 7항을 신설해 공수처장이 직무를 수행할 때 관계 기관의 장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 요청받은 관계 기관의 장이 따르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는 “수사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의 상위기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사처장의 수사협조를 요청받은 관계 기관의 장이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의 우려는 지난해 공수처 설치가 논의될 때보다 강경해졌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야당 법사위에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 “사법부 독립 원칙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를 거쳐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현직 법관들도 정부·여당만으로 공수처 운영을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여당이 현직 법관 실명을 딴 금지법까지 발의하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판사에 대한 여당 공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춘 정권 호위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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