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계 미국인 공략 의도인듯
작년 여행제한 이어 추가 제재
“달러 쿠바정권 가지않게 해야”
오바마 외교정상화 업적 허물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쿠바에서 생산된 럼주와 시가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외교 업적인 이란 핵 합의에 이어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도 허물겠다는 것으로,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 주로 부상한 플로리다주에는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온 다수의 쿠바계 유권자가 많아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1961년 쿠바 피그만(灣) 침공사건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초청한 행사에서 “공산 압제에 계속 맞서기 위해 미국 여행객들의 쿠바 정부 소유 건물 내 숙박을 금지한다”면서 신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재무부도 이날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쿠바의 술과 담배에 대한 수입을 추가로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쿠바의 대미 주요 수출품인 시가와 럼의 수입이 차단되고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도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피그만 침공은 1961년 4월 16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하자 이튿날인 4월 17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쿠바 출신 망명자 1500명으로 ‘제2506 공격여단’을 꾸려 쿠바를 침공한 사건이다. 그러나 미국 측은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1000여 명이 생포되면서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카스트로 독재정권과 취약하고 한심하고 일방적인 합의를 해 쿠바인을 배신하고 공산주의 정권의 배를 불렸다”면서 “말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유로운 쿠바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치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비난하면서 민주당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를 사실상 무효화했으며, 2019년 6월에는 쿠바 여행 제한 등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전날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는 지난 2년간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잔혹하게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동맹으로 남아 있는 니카라과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주의 중남미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재선 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경합 주인 플로리다를 잡기 위한 전략 차원이다. 플로리다에는 정치적 박해와 생활고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계 유권자들이 주요 표밭을 형성하고 있다. 플로리다 유권자 5명 중 1명이 남미계이며, 이 중 3분의 1인 450만 명이 쿠바계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 쿠바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플로리다는 경합 주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은 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에서 1.2%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공개한 플로리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51%,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47%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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