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7년만에 첫 선발승… 조영우의 ‘인생 역전승’

광주 태생 → 서울 배재中 → 제주高 → 대전 한화 입단
배팅볼 던지다 보상선수로 SK行… 2군·수술 등 시련
올 30경기 출전 핵심불펜 급성장… “투수로 끝 보겠다”


SK 투수 조영우(26·사진)는 떠돌이다.

광주 출신인 조영우는 광주 송정동초교를 졸업한 뒤 서울 배재중으로 진학했고, 제주고를 졸업했다. 그리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7순위로 대전이 연고지인 한화에 입단했다.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한화가 자유계약(FA)으로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영입하면서 팀을 옮겼다. SK는 정우람의 보상선수로 조영우를 지목했고, 그는 인천이 연고지인 SK 유니폼을 입었다. 학창 시절부터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돈 건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

그런데 한화에선 배팅볼을 던졌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은 훈련 효과가 있다며 조영우에게 배팅볼을 맡겼다. 프로에서 현역 투수가 배팅볼을 던지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이고, 조영우에게 출전 기회는 돌아가지 않았다.

조영우는 2014년 6경기에 출장해 1패에 평균자책점 10.64, 2015년에는 1경기 출장에 1이닝을 던져 무실점. SK로 옮긴 뒤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상무에 입대했다. 2군에 머물렀고, 수술과 재활 과정까지 거치느라 고대하던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른 건 2019년. 하지만 7경기 등판에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03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다르다. 핵심 불펜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영우는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에서 30게임에 출장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5.63을 유지하고 있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탓에 기복이 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되고 있다. 지난 6월 9일 LG와의 원정경기에선 2-2 동점이던 9회 말 등판, 연장 10회까지 2이닝 동안 5안타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막고 5-3으로 승리를 이끌어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 15일 KIA와의 원정경기에선 선발로 등판, 6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의 쾌투를 펼쳐 프로 데뷔 이후 첫 선발승의 기쁨을 안았다.

조영우의 올해 연봉은 3300만 원이다. 프로야구 최저연봉(2700만 원) 수준. SK 평균연봉이 1억4486만 원이니 조영우는 22.8%에 해당한다. 하지만 활약도는 억대 연봉자 못지않다.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고, 궂은일을 처리한다는 게 조영우의 가장 큰 장점. 조영우의 직구 구속은 140㎞ 초반. 평범하지만 제구력이 좋다. 올해 조영우의 9이닝당 볼넷허용률은 2.65로 리그 평균 3.69보다 낮다. 직구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을 골고루 던진다. 조영우의 올 시즌 구종 분포는 직구가 38%, 투심패스트볼 18%, 슬라이더 21%, 포크볼 17%, 커브 3%, 체인지업이 3%다. 볼 끝의 미세한 움직임이 좋아지면서 효율성이 향상됐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었다.

조영우는 약체 제주고 출신이지만 고3이던 2013년 아마추어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타격상을 받았을 만큼 타격 솜씨가 뛰어났다. 당시 조영우는 20경기에서 타율 0.467(75타수 35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그해 18세 이하 대표팀엔 투수가 아닌 야수로 선발됐다. 생애 한 번뿐인 영예. 그래서 한때 야수 전향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조영우는 “프로 유니폼을 입고 선발승까지 7년이 걸렸다”면서 “다른 생각(야수 전업)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투수로 끝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제춘모 SK 불펜코치는 “조영우는 두뇌 회전이 좋고, 특히 훌륭한 타자 출신이기에 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능하다”면서 “자신이 지닌 장점을 올 시즌 잘 살리고 있어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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