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으로 재계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읍소하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규제 폭탄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현재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전면 개편해 집단소송 대상을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입법예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예고를 예고하는 방식부터 집권 세력의 ‘괘씸죄’ 감정이 묻어 있는 듯하다. 경제계 반발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그까짓 기업들 저항이야 짓누르면 그만이라는 오만도 비친다.

집단소송법 적용 대상은 피해자가 50명 이상인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언론사의 ‘가짜뉴스’ 피해에도 적용된다. 피해자 측이 원할 경우 국민참여재판도 가능하다. 법리가 아니라 여론몰이식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는 셈이다. 이 제도에는 집단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블랙 컨슈머 등으로 국가적 낭비가 심하다는 백악관 분석 자료가 나오고,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마찬가지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도 되지 않은 마당에 또다시 기업 규제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징벌배상제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도 인정하지 않는 지나간 시절의 유행법에 지나지 않는다. 가짜뉴스 판정의 어려움, 오보와의 구분 모호성 등을 고려할 때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배는‘비판 언론’을 짓밟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크다.

최근의 규제 입법 홍수는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또, 권력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관치경제에 길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형 뉴딜펀드에 대한 비판 보고서를 내놨던 홍콩계 증권사는 22일 ‘한국 기업들이 규제 탓에 한 손을 묶인 채 싸우는 것과 같다’는 새 보고서를 발표했다. 법인과 대표를 동시 처벌하는‘양벌 규정’에 따라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누가 한국서 CEO 하겠나”고 개탄한다. 정치권력이 한국 기업들을 궁지로 몰 때마다 외국 경쟁사들은 쾌재를 부른다. 나쁜 정치는 결국 경제도 나라도 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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