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없는 중남미 가정 33%… 비대면 수업조차 못해
볼리비아 10대는 인터넷 이용료 벌기 위해 거리로
예멘·아프가니스탄 등 12國 아동, 생계 책임지기도
교육 재개해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
“가난한 학생들, 생필품 구하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빈곤 국가의 빈곤층 학생들이 학교 봉쇄령으로 정상적인 기본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최악의 교육 위기를 맞고 있다.
유엔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7월 기준으로 160개국 이상에서 학교가 문을 닫아 10억 명 이상이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망했다.
또 각국이 학교 봉쇄령을 내리면서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라디오, TV, 컴퓨터 등이 부족하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의 학생들은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빈곤층과 부유층 간 학생의 학습 능력 문제가 코로나19로 현격히 벌어지게 된 것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심화하는 구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도 “빈곤층 학생은 식사나 의료품, 난방비 등 생필품을 구하는 데 매일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며 “빈곤층 학생은 비대면 학습 차이에 따른 교육적 불평등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중남미 빈곤 학생 10명 중 4명 인터넷 없어 = 볼리비아 라파스에 사는 세르히오 메루비아(15)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거리에서 손 소독제를 판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요금을 벌기 위해서다. 메루비아와 같은 가난한 가정의 학생에겐 코로나19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다른 학생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이 없어 아예 수업 자체를 듣지 못하는 빈곤층 학생도 많다.
최근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 5∼12세 어린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는 가정에 인터넷과 TV, 휴대전화 등이 없다. 2019년 기준 중남미 전체 인터넷 보급률은 66.7%인데,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계층의 인터넷 보급률은 81%이지만 소득 최하위층의 보급률은 38%에 그쳤다. 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생은 70∼80%가 집에 휴대용 컴퓨터를 갖고 있지만, 저소득층 학생 중 노트북 등 장비를 가진 학생은 10∼20%에 그친다. 빈부 격차, 도농 격차가 고스란히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교육 격차가 커지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우려지만, 빈부 격차가 크고 빈곤층이 두꺼운 중남미에선 더 심각한 문제다. CEPAL은 중남미 내에서도 볼리비아와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페루에서 저소득층의 인터넷 사정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인터넷 보급률은 40%에 그치고, 그나마 농촌에선 3%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CEPAL은 “코로나19로 인한 계층 간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 봉쇄로 빈곤층 학생, 노동자로 전락 = 유네스코는 서남아시아 595만 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533만 명, 동아시아·태평양 450만 명, 중남미·카리브해 313만 명, 중유럽·동유럽 97만4000만 명, 중앙아시아 26만2000만 명 등 전 세계 2878만 명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아이샤(15)도 그중 한 명이다. 아이샤는 “3개월 전만 해도 행복했어요. 저는 6학년인데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또 학교에 가면 매일 밥을 먹을 수 있거든요. 바이러스 때문에 이제는 학교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서 무척 그리워요. 학교에 못 가는 요즘엔 다른 아이들처럼 저도 대부분 시간을 가축을 돌보거나 엄마를 도와서 청소나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해요”라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상을 전했다.
중앙아프리카를 비롯해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 가장 취약한 12개 국가의 아동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여아의 경우 조혼, 10대 임신 등 또래 남자보다 학교 밖에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은 자녀를 학교 대신 일터로 보내야 할 상황에 내몰린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 중 1010만 명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또 ILO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아동 노동은 점차 감소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최빈국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2021년 말까지 1920억 달러 규모의 교육 예산이 부족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해제된 뒤 학교 교육을 재개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은행(WB)은 빈곤 국가의 대출 상환을 연장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빈곤층 교육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철·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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