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권대섭 ‘사발展’

도예가 권대섭(68)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든 사발 100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한다. 그는 달항아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 유명 미술관뿐 아니라 미국 시카고 미술관, 멕시코 국립민속박물관, 러시아 국립박물관, 파리 기메뮤지엄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8년 영국 런던 경매에서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린 것, 벨기에 화랑 악셀베르보르트가 개인전을 연 후 작품집을 펴낸 것도 유명하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작년 11월 권대섭의 작업실을 찾아가 달항아리 작품을 산 후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린 것도 화제가 됐다.

이번엔 그 달항아리가 아니라 사발이다.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사발은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대접’과 함께 우리네 전통 그릇의 짝을 이룬다. 달항아리를 예술품으로 여기는 이도 사발과 대접을 작품으로 대접하는 것은 망설일지 모른다. 생활용품의 느낌이 강한 까닭이다.

권대섭은 이번에 사발이 은은하고 수수한 멋스러움을 풍기는 예술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예술품이랍시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모셔두지 말고 가정에서 옆에 두고 매일 쓰면서 그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일본에서 도자 유학을 한 그는 일본인들이 사발을 다완(茶碗)이라고 부르며 매우 귀하게 여기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우리 도공들을 납치해 간 이후 도예를 발전시켰고, 다도(茶道)를 완성하는 예술품으로 사발을 귀하게 받들었다.

권대섭 ‘사발전’은 사발의 원류가 조선임을 드러내며 또한 현대적 해석으로 새로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일본인이 떠받드는 찻사발뿐 아니라 일반 사발도 가치 있다는 것이 작가 생각이다.

전시를 연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권대섭처럼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경외를 느낀다”며 “내가 우리 전통 미감에 얼마나 무지하고 소홀했는지를 통렬하게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10월 22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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