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집권세력은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22일 이후 청와대와 여당, 여권 인사들의 행태는 그런 근원적 책무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도 남는다. 지난 6월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를 표했고,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선 북핵은 외면하며 선(先)종전선언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은, 문 대통령이 사태 발생 일주일(21일 실종 시간 기준) 가까운 27일 처음으로 직접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북한을 직접 규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총살 및 시신 소각 보고를 받고도 10시간 동안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지난 25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도 북한 만행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보다 훨씬 심각한 직무유기다.

군 당국 발표에 비춰볼 때, 지난 25일 전달됐다는 북한 통지문의 내용은 허위이고, 형식은 기만적이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3시쯤 북한 군이 6시간 동안 기다린 뒤 총을 쏘고 시신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확인했다. 그러나 북측은 80m 떨어진 거리에서 신분 확인 등을 했지만 도망 가려고 해 현장 지휘관이 행동 준칙에 따라 사살했고 부유물만 태웠지 시신은 소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거짓투성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김정은의 간접 화법일 뿐이었다. 게다가 발표문을 ‘가공’한 흔적까지 드러났다. 이런데도 큰 의미가 있는 양 떠받든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식이니 여권 인사들의 망언이 줄을 잇는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전화위복의 계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정은을 ‘계몽군주’에 비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북 규탄 결의안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까지 거론하더니 북한 입장문 전달 뒤엔 입장을 바꿔 긴급현안 질의조차 거부했다. 문 정권의 이런 행태와 대북 저자세로 인해 북한 도발 강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급기야 표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총살하고 불태운 만행에까지 이르렀다. 이런데도 김정은 한마디에 감지덕지하며 대화를 구걸하는 행태를 보인다. 대한민국 안보가 풍전등화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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