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르누아르가 그린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그림 1)과 경로 분석 사례. 그림 2를 보면, 오른쪽 위쪽 모서리에서 마치 분출하듯이 안쪽에서 앞쪽을 향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 3은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과 몸짓이 회전형 구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까치 제공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그린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그림 1)과 경로 분석 사례. 그림 2를 보면, 오른쪽 위쪽 모서리에서 마치 분출하듯이 안쪽에서 앞쪽을 향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 3은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과 몸짓이 회전형 구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까치 제공

- 작품 감상법부터 창작 배경설명까지… 가이드북 잇단 출간

작품속 시선·빛같은 초점 보고
구도·색 등 살펴가며 감상 연습

고흐와 우정나눈 작가들 추적
창작 의도·철학 엿볼 수 있어

다 빈치·라파엘로 등 기록분석
위대한 작품 탄생 과정 되짚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강요된 ‘비대면 시대’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기도 어렵지만, 온라인 전시가 갖는 의외의 장점도 있다. 인파에 치이지 않고 시간적인 면에서 사실상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데다, 확대해 보기가 가능한 디지털 화면의 특성 덕분에 실제 현장에서보다 훨씬 더 자세히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뒷사람 때문에 주마간산식으로 훑고 지나갈 이유도, 작품에 가까이 다가갔다 ‘삐∼’ 하는 비상벨 소리에 화들짝 놀랄 일도 없다.

그럼에도, 그림을 볼 줄 모르면 이 모든 것도 소용없는 일.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을 위한 ‘랜선 미술관 나들이’ 안내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초점과 구도, 색 등 조형 요소를 이해하는 것에 방점을 두거나 작가의 창작 의도와 철학을 살피는 데 집중하는 식으로 책마다 강조점은 다르다. 어느 쪽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외한에게는 좀 낯설고 두렵기까지 한 미술의 세계에 대한 가이드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난롯가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  이유출판 제공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난롯가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 이유출판 제공

◇그림, ‘보는 것’ 넘어 ‘관찰하는 법’=‘그림을 보는 기술’(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까치)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즉 감각에 의지하는 방법과 ‘지식을 갖고 보는 것’, 즉 지식에 의지하는 방법 사이의 새로운 그림 감상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관찰’이라고 표현한다. 그냥 보는 것과 관찰은 다르다. 아서 코넌 도일의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에 나온 명탐정 홈스와 조수 왓슨의 대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홈스가 왓슨에게 현관에서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봤냐고 묻는다. 왓슨은 “수백 번”은 봤다고 답한다. 그러자 홈스가 다시 “그럼 계단이 몇 개인지 아냐”고 묻는다. 왓슨은 답하지 못한다. 저자는 왓슨이 답하지 못한 이유는 “계단을 막연하게 보기만 했기 때문”이라며, 그림도 홈스처럼 늘 물음을 던지며 목적을 갖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기 위한 틀’, 다시 말해 ‘스킴(scheme)’을 잘 이해하면 그림이나 작가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더라도 관찰만으로 알 수 있는 게 많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림을 스킴에 따라 잘 관찰하면 명화(名畵)가 왜 명화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첫 번째 스킴은 그림의 주인공, 즉 ‘초점’이다. 대개는 그림을 보고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하는 곳이 초점이다. 대상이 하나밖에 없거나 색깔이 두드러질 경우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에서의 예수처럼 구도상 ‘리딩 라인(중요한 지점으로 눈길을 유도하는 선)’이 집중된 곳, 빛이 모이는 곳 등이 초점이다. 그다음 스킴은 화가가 준비해 둔 그림을 보는 순서인 ‘경로’다. 같은 그림을 접해도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대개 눈에 띄는 부분에만 시선이 머무르는 반면 미술 교육을 받은 사람은 초점과 배경의 연관성을 의식하며 그림을 구석구석 살핀다. 명화에는 회전형, 지그재그형, 방사형 등 구도에 따라 감상의 요소들이 배치돼 있다. 이 밖에 균형, 색, 구도와 비례, 통일감 등도 명화 관찰 시 주안점을 둬야 할 주요 스킴이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클로드 모네의 ‘인상 - 해돋이’,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 등 상대적으로 친숙한 그림들을 저자가 설명하는 스킴에 따라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명화 보기의 재미에 빠져들 만하다.

◇고흐의 삶과 그림에 영향을 준 책은?=‘그림을 보는 기술’이 책 제목처럼 명화를 감상하는 기술에 방점을 둔 것과 달리 ‘빈센트가 사랑한 책’(마리엘라 구쪼니 지음, 김한영 옮김, 이유출판)과 ‘예술가의 생각’(시슬리 마거릿 파울 비니언 엮음, 이지훈·박민혜 옮김, 필요한책)은 작가의 철학과 예술관 등을 통해 창작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특히 ‘빈센트가 사랑한 책’은 고흐가 사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담긴 개념적·시각적 연결고리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고흐의 그림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끈다. 저자에 따르면,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나에게는 책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열정이 있다”고 쓸 만큼 책을 사랑하고, 책에 집착했던 인물이다.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그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903통의 편지에는 200명이 넘는 작가와 그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찰스 디킨스와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즬 미슐레, 해리엇 비처 스토, 오노레 드 발자크 등이 대표적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나 당대의 책을 그린 그림도 여러 점이다. 특히 고흐는 예술 간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좋아하는 작가들과 세대를 초월하는 대화를 나누고, 예술적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저자는 “고흐의 작품 속에 흐르는 에너지와 창조적 긴장은 책을 향한 열정에서 기원한다”며 “빈센트의 작품은 드로잉 매뉴얼을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고, 훨씬 더 이전에 뿌려진 씨앗들에서 싹터 올랐다”고 평가한다. ‘예술가의 생각’은 다빈치와 라파엘로 등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저서와 편지, 개인적 기록 등을 분석함으로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 과정을 되짚어 보는 시도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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