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 사는 고객 보기 힘들고
장마·태풍에 뛴 물가도 영향
일부 마트에만 고객들 몰려
매출 감소에 기업은 돈 걱정
“보세요. 손님이 있어야 무슨 얘기라도 하지, 없잖아요.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고 있어요.”
추석(10월 1일)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고질적인 내수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강화되면서 손님이 끊겨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육점 주인은 “명절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용돈을 보내드리기로 하면서 선물 구매 고객이 크게 줄었다”며 “음식도 크게 차릴 일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그나마 소량으로 사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오랜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껑충 뛴 것도 가라앉은 추석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과일 가게를 운영 중인 상인은 “고객들이 처음 하는 말이 ‘왜 이렇게 비싸졌냐’고 묻는다”며 “대형마트는 유통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수급 조절을 어떻게든 하겠지만, 영세 상인은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든 만큼 타격을 고스란히 받는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추석 성수기 농축산물 수급 여건이 전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파악됐다. 봄철 냉해로 과수 생산에 차질을 빚은 데다, 여름철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주요 농산물 출하량이 줄었다. 사과의 경우 추석 성수기(17∼30일)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약 5만7000t으로 추산됐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초구의 A 대형마트. 전통시장에 비해서는 고객이 많은 편이었다. 지난 27일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했지만, 닷새 기간의 연휴 동안 영업일 수를 늘리고 배송업체도 연휴 기간 영업을 계속하기로 하는 등 추석 특수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막바지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60대 주부 성모 씨는 “지난 일요일 마트가 문을 닫아 시장에 갔더니 너무 비싸서 못 사겠더라”며 “시장에서는 조금만 사서 집에 왔고 오늘 다시 장을 보러 마트에 왔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연휴 대목이라 전통시장이 더 쌀 줄 알았지만 오히려 마트가 더 싸다”며 “어제 못 산 제사용품들을 퇴근하고 사려고 마트에 와서 가격 차이를 보니 마트에서 다 살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돈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75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 전체 중소기업 중 67.6%가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2.6%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돼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응답한 업체는 전체의 47.3%로, 지난해보다 8.1%포인트 줄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추석에 업체당 평균 2억4630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답했는데, 필요자금 중 확보하지 못해 부족한 금액은 6890만 원으로 필요자금대비 부족률이 2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온유·이정민·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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