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정부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일인가, 남북관계 개선인가? 이유야 뭐든 국민 한 사람이 해상에서 실종돼 북한 해역으로 넘어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고, 더구나 시신이 참혹하게 훼손된 정황까지 있는데 일주일 동안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사건과 관련,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실종이 알려진 지 일주일 만에야 사과하면서 북한의 책임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평화만 강조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떠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 상정을 강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 같지 않은 말들은, 그러잖아도 분노한 국민의 가슴속을 후벼 판다. ‘김정은의 리더십이 계몽군주 같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 국면에서 할 말인가?
이번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 사건을 보면서 여러 의문점과 함께 우리 정부가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안이 떠오른다.
첫째, 남북 정상 간 친서 채널이 엄연히 작동하고 있었는데 왜 정부는 북한에 우리 국민의 생명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는가? 만일 우리 정부가 핫라인을 통해 항의하는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북한 군부가 그렇게 쉽게 사살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까? 세월호 참사 당시 현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같은 이유로, ‘북 해역서 발견’ 보고 이후 사살 보고까지 문 대통령의 14시간 무대응도 당연히 해명돼야 한다.
둘째, 정부는 북한이 ‘신속하게, 또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사과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됐는데, 김 위원장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의 사과에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라도 잡은 것처럼 안도하는 것은 대화를 구걸하는 우리의 저자세를 확인시켜줄 뿐이다. 대북 저자세를 털어 버리고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면 강력하게 항의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한다. 북한과 협력을 할 때 하더라도 국민의 피해를 좌시하는 정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셋째,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보고 각성함으로써 현실적인 대북정책이 추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미안하다는 사과 발언을 전한 다음 날 돌연 태도를 바꿔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인명 희생엔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북한 정권의 실체다. 우리는 이미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때도 이를 경험했다. 아마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 정권은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정부의 임무 가운데서 국민의 생명 보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당연한 질문 앞에 당연하지 않은 답변이 돌아올 때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반드시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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