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15년 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낸 가수 나훈아가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더 없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이다.

30일 방송된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은 전국 시청률 29%(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요즘 방송되는 대다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평균적으로 5% 안팎인 것을 고려할 때, 나훈아라는 슈퍼스타가 가진 위용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트롯신이 떴다1-라스트 찬스’의 시청률은 2.0∼3.2%였다. 직전주 시청률인 13.3%에서 수직 낙하했다. 트로트 팬들의 관심이 온통 나훈아로 쏠렸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나훈아는 1000명의 관객과 마치 마주보고 있는 듯 소통했다. 대형 스크린 속 바다와 웅장한 배 사이에서 등장한 나훈아는 ‘고향으로 가는 배’를 첫 곡으로 택하며 추석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어진 ‘모란동백’과 ‘물레방아 도는데’ 등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의 모습은 “나 안 죽었어!”라고 외치는 듯했다.

입담 역시 여전했다. 나훈아는 “내가 답답한 것이 공연을 하면서 서로 눈도 좀 쳐다보고, 거기다 ‘오랜만입니다’라고 손도 잡아야한다. 눈빛도 잘 보이지도 않고 어쩌면 좋겠노”라고 농담을 건네고 “만약 뜨거운 응원이 느껴지면 할 것이 많다. 오늘 밤새도록 할 수 있다”라고 관객들을 자극했다.

그는 거침 없었다. 노래와 퍼포먼스는 두말 할 나위 없고, 무대 위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성미를 물씬 풍기며 훌렁 웃옷을 벗는 모습에 이를 지켜보던 여성 관객들은 민망해하면서도 폭소를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나훈아는 오랜 지기인 김동건 아나운서를 무대 위로 올려 근황 인터뷰도 나눴다. 그는 “왜 훈장을 사양했냐”는 김 아나운서의 질문에 “가수라는 무게가 무겁다. 훈장 무게를 어떻게 견디냐.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한다고 생각한다. 훈장을 받으면 어떻게 사냐. 아무것도 못한다. 저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술도 한잔 마시고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이러고 살아야한다. 훈장을 받으면 그 값을 해야하지 않나. 그 무게를 못견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나훈아는 노래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물음에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 이제 내려와야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내려놔야할지 시간을 찾고 있다. 느닷없이 될 수도 있다. 길지는 못할 것 같다”라고 고백했지만, 김 아나운서는 “100세까지 노래해야 한다”며 관객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나훈아는 이 날 공연에서 신곡도 여러차례 소개했다. 특히 “아 테스 형! 사는 게 왜 이래”라고 묻는 신곡 ‘테스 형’은 현 시대를 사는 이들의 폐부를 찌를 만큼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테스 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뜻한다.

나훈아는 “주름을 생기는 원인이 스트레스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 신곡 제목인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다. 테스형에게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라며 “이왕 세월이 흐르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북춤과 화려한 군무, 일렉트로닉 기타, 줄타기 등 종합선물같은 나훈아의 공연은 2시간 30여분간 이어졌다.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나훈아는 “여러분 우리는 많이 힘들다. 우리는 많이 지쳤다. 역사책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봤다.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1등 국민이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미국이나 유럽 보십시오. 왜 저렇게 많을까요? 말을 안듣기 때문이다. 여러분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분명히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으로 만들었다. 여러분 사랑한다. 고맙습니다”라고 응원을 전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다시 볼 수 없다. KBS는 오는 3일 오후 10시 30분, 콘서트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을 편성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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