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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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⑪ 외계 지적 생명체 찾기 ‘SETI’ : 어떻게 왜 연구하나

1960년 전파 망원경 활용해 시작… ‘인공’여겨지는 신호 많았지만 반복 관측 안돼
2016년 거액 기부되며 신호 포착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 생겨
과학자들이 외계인 만나 묻고싶은 말… “숱한 위기를 어떻게 이기고 생존했는가?”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의 작업을 통칭해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라고 한다. 지구 밖(즉 외계) 어느 곳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지능’을 가진 존재, ‘외계 지적 생명체’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가능성의 존재다. 말하자면 가상의 대상인 것이다. 세티 프로젝트는 가상의 존재를 찾는 경계의 과학이다. 그런데 ‘지적’이라는 의미도, ‘생명체’라는 의미도 사실 모호하다. 지적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로 지적이어야 하는지, 지능을 가진 것이 꼭 ‘생명체’일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아는 한, 전 우주를 통틀어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지구뿐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모든 것이 지구의 지적 생명체인 인간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티 과학자들이 탐색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범위는 사실 생각보다 좁다. 우주 속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외계 지적 생명체를 대상으로 탐색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구인처럼 지능이 발달해 문명을 건설하고, 더 나아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기술 문명을 건설한 지적 생명체를, 당분간 찾고자 하는 외계 지적 생명체로 설정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단 하나의 샘플인 지구인과 개연성이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 가상의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아야 하므로 탐색의 범위를 이렇게 좁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외계 지적 생명체는 결국 현재의 지구 문명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과학 기술 문명을 건설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외계 문명체’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여전히 관념적이지만 찾고자 하는 대상을 정했다면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실 찾을 대상을 정하는 것과 어떻게 찾을지 그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서로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지구 문명 정도나 그 이상의 과학 기술 문명을 찾는다면 그런 문명이 만들어 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과학적 방법론이 뒤따라야 한다. 코넬대의 주세페 코코니(Giuseppe Cocconi)와 필립 모리슨(Philip Morrison)은 1959년에 과학저널 ‘네이처’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방법론을 처음 논한 이 논문은 과학적 세티 프로젝트의 이정표가 됐다.

코코니와 모리슨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계 지적 생명체를 지구 문명이나 그 이상의 과학 기술 문명을 건설한 문명으로 상정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을 것인지를 탐구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인공적인 전파 신호였다. 지구는 태양의 빛을 반사하면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행성이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태양의 전파도 반사한다. 그런데 외계인 천문학자가 현재 시점의 지구를 관측한다면 태양 전파를 반사하는 자연적인 전파 신호에 더해 지구인의 과학 기술 문명이 만들어 낸 기기인 라디오, 텔레비전, 휴대전화, 레이더 등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도 함께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계인 천문학자들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면 자연에서 생길 수 없는 지구로부터 나오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에 과학 기술 문명을 건설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것이다. 즉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로부터 오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실제로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 관측을 시도한 것은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nk)였다. 드레이크는 독립적으로 전파 망원경을 활용한 세티 관측을 준비하고 있었다. 1960년에 ‘오즈마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걸고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첫 번째 과학적인 세티 프로젝트가 시도됐다.

‘무엇을?’ ‘어떻게?’ 다음에 따라 오는 질문은 ‘왜’가 될 것이다. 세티 과학자들은 왜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일까? 당연히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이 그 출발점이다. 필자가 한 방송국과 함께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티 과학자들을 만나 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데 온 힘을 쏟는지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질문과 함께 외계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도 물었다. 드레이크의 대답은 “어떻게 수많은 자연적, 인공적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는지를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른 많은 세티 과학자의 대답도 비슷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우주에서 지구인 이외의 다른 지적 존재를 확인하려는 우주 생물학적인 호기심일 것이다. 하지만 세티 과학자들은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 지혜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우주를 바라보고 있지만 지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생존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1960년 오즈마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지난 60년 동안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 외계로부터 오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발견했다는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적인 전파 신호와 지구 내에서 발생한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제거한 후에도 남아 있는 외계로부터 온 인공적인 전파 신호로 여겨지는 신호들이 꽤 있다. 1987년에 발견된 이른바 ‘와우 시그널’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세티 과학자들은 여러 후보 신호가 있음에도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했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신호의 과학적 신뢰성 때문이다. 통계학적으로 신뢰도가 95% 정도에 도달해야 그 숫자의 의미가 과학적으로 유의미해진다. 그 정도의 신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반복 관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수준에 다다른 후보 신호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60년간 세티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전파 망원경의 우선 관측 대상은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가진 천체였다. 세티 관측은 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이뤄졌다. 관측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2016년에 유리 밀너(Yuri Milner)가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세티 관측에 기부하면서 상황이 좀 좋아졌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이라는 이름의 세티 프로젝트에서는 전파 망원경 관측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전개된 세티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세티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세티 과학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세티 프로젝트의 상황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 2040년 무렵이면 최소한 1개 정도의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95% 신뢰 수준에서 포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티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작업은 우리의 미래를 미리 보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외계 지적 생명체로부터 온 인공적인 전파 신호가 포착되고 어느 정도 샘플이 쌓인다면 문명을 건설한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가 얼마나 흔한 것인지를 가늠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요원한 일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샘플이 둘이 되고, 여럿이 되면 좀 더 보편적인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지구 문명의 미래조차 가늠하기 힘든 시절이지만 외계 지적 생명체의 발견은 우주의 지적 문명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그들의 존재 유무와 생존 기간에 대한 이해는 결국 우리 지구 문명의 지속 기간을 가늠할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다.

이명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세티 과학자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SETI 대신 SETT(Search for Extraterrestrial Technology)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생물학적인 기반을 둔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단계를 넘어서 어쩌면 지구 문명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기계 기반 문명의 신호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탄소 기반 지적 생명체를 넘어선 인공지능 로봇의 문명까지도 포괄하고, 생명의 흔적에 얽매일 필요 없이 ‘테크노시그니처(techno-signature)’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으로 세티 프로젝트는 지구 문명의 미래를 미리 보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명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 용어설명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 :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세티 프로젝트다. 2016년 러시아의 투자가 유리 밀너가 1억 달러를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 기금으로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이나 파크스 전파 망원경 같은 전파 망원경의 관측 시간을 사서 세티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는 광학 망원경을 활용한 세티 관측에 투입되고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공모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천문학과에 위치한 세티연구센터가 주관해 10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전파 망원경을 사용한 인공적인 전파 신호 포착이라는 세티 프로젝트의 패러다임을 가부간에 검증해볼 수 있는 관측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즈마 프로젝트 : 1960년 코넬대의 전파 천문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가 미국 국립 전파천문대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 관측을 시도한 역사상 첫 번째 세티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드레이크는 태양과 비슷한 별인 고래자리 타우별과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별 두 별을 26m짜리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으로 1420메가헤르츠 영역에서 관측했다. 4개월에 걸쳐 총 150시간 정도 관측했지만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하지는 못했다. 1960년 4월 8일 인공적인 전파 신호가 포착돼 드레이크를 흥분시켰지만 비행기에서 날아온 신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60년 동안 진행된 전파 망원경을 사용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의 시작점이 된 관측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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