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정(28)·박진(여·26) 부부

캐나다에 거주하는 우리 부부는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났습니다. 아내(진)가 다니던 교회에 제(기정)가 새로 다니게 되면서 서로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성격 쾌활하고 사교성 좋은 아내는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줬고 이후 교회수련회도 같이 가고 게임도 하면서 점점 친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캐나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면서 더는 자주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새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우리는 이후 6∼7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아내를 다시 만난 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어른이 돼 다시 만난 아내는 엄청 성숙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옛 얘기로 한참 떠들었는데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 마음이 단순히 친구에 대한 우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고백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소심하게 고민만 하던 제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건 또 아내였습니다. 제 마음을 알아채고 긍정적인 답을 보내줬고 그 덕분에 저는 확신을 갖고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내가 고백하는 건 곧 너랑 결혼하고 평생 만나고 싶다는 뜻이야”라고 말했습니다. 대뜸 결혼 얘기를 꺼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행히 아내는 그 말에 오히려 신뢰가 갔다고 답해줬습니다.

우리가 처음 손을 잡고 친구들을 마주했을 때 질문 공세가 쏟아졌습니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가 손잡으면 어색하지 않냐’ 등 짓궂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연인이 되자 친구였을 때 기억이 싹 사라지고 여느 평범한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손끝만 닿아도 설레고 눈을 맞추면 더 크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사귄 지 8개월쯤 지났을 때 청혼했고 이제 결혼 5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 결혼은 연애와는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만 있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날들은 천국과 같을 거야. 사랑해.”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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