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警수사 컨트롤타워 ‘국가수사본부’ 윤곽
1차 수사종결권 받고 대공수사권 담당 안보수사국 신설 등 역대 최고 권한 확보
경찰청장은 개별사건 수사지휘 못해… 대통령 임명한 본부장이 외풍에 흔들리면 국민 피해만 가중
정부의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정책에 따라 경찰 조직과 권한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로 신설될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윤곽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 수사개시권을 가짐과 동시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고, 3000명에 이르는 정보경찰의 정보력까지 더해지면 경찰은 국수본을 중심으로 검찰을 능가하는 수사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체적인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치권력의 외풍에 흔들려 수사 민원에 관한 국민 피해를 가중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깊어지고 있다.
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지난 8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 등을 토대로 국수본 출범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수사구조개혁단은 지난달 23일 전국 경찰 내부 통합포털 게시판인 ‘폴넷’을 통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면서 “경찰청 차장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기구 및 인력과 수사시스템 개편 논의를 진행하며 최적의 조직 모형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산하에 설치될 예정인 국수본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 본부장을 정점으로 경찰의 모든 수사 기능이 집중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본부장(치안정감급)은 3년 단임제로 외부 전문가에게도 개방한다. 수사에 관해 시·도경찰청장·경찰서장 및 수사부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해 전문적인 수사지휘 체계를 갖추게 했다. 임기 2년의 경찰청장(치안총감)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이나 사실상 임기가 더 긴 국수본 본부장이 경찰 조직 최대 실세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출범 전부터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애초 국수본은 형사·수사 기능 위주로 경찰의 1차적 수사 권한을 행사하는 전담 기구 개념으로 제안됐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논의에 따르면 형사·수사는 물론 생활안전(생안), 보안, 외사 등 경찰의 수사 기능 전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자치경찰제 도입 방향이 일원화 구조로 선회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가경찰·자치경찰 분리가 아닌 현행 조직 체계에서 사무만 분장하는 형태가 되면서 국수본 도입안 자체가 사실상 전면 손질됐다. 일례로 여성·청소년 등 생안, 교통 등 기능 관련 수사는 정책·행정 조치와의 연계 소지가 많다는 점을 들어 상당 부분 자치경찰로 이관될 예정이었으나 수사 기능 일원화 기조 아래 국수본 편입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 때문에 기존 경찰청 내 각 국에 흩어져 있던 수사 기능이 국수본으로 옮겨져 국(局) 내지는 과(課) 단위로 편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된다. 국수본 내에 안보수사국이 설치되는 것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이후 이 같은 내용의 국수본 도입 방향이 담긴 경찰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간첩 조사권은 국정원에 남겨 두지만, 국정원은 혐의자에 대한 감청·금융정보 조회 등 개인 정보 수집만 가능하다. 반면 국수본 안보수사국은 압수·체포·구금 등 실질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수본 신설을 통해 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찰 권력 비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공룡’에 비유될 정도의 역대 최고 권한을 갖게 됐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닌 국수본 본부장 체제에선 비대해진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견제수단’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 안팎에서도 “국수본 본부장 한 명만 회유하면 경찰 수사 권력이 전보다 더 쉽게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돼 제2, 제3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안 수사 편입에 관해서는 권한 집중과 경찰 수사 역량에 대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조사권만 국정원에 남겨질 전망이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대공수사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수사 기능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정책 지원, 효율성 문제 등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여성·청소년 수사 부분과 관련해 행정 부서와 분리될 경우 속도감 있는 피해 지원이나 정책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애초 형사 관련 기능에 속했던 여성·청소년 관련 부분을 대상·사안의 민감성, 피해 구제와의 연계 등을 고려해 분리 운영하고 있는데 국수본 편입이 이 같은 방향성에 역행하는 개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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