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로 만 20년을 근무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방사선보건원 원장을 맡은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에너지 공기업 연구와 보건의료 업무를 주로 하는 기관에 있으면서, 부임 초기부터 가장 강조한 것이 ‘청렴’이라는 가치다.
청렴 문화 장착을 위해 사회 여러 곳에서 오래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기차역, 지하철 입구에서 검표원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됐고, 의료계의 리베이트를 없애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탁금지법, 연구비 사용지침 등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성과를 내면서 청렴이라는 가치는 ‘착실하게’ 사회에 정착돼 가고 있다.
청렴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지금 하는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모르고 하는 경우, 두 번째 알면서도 하는 경우다. 잘못인지 알면서도 하는 경우는 법적인 조치가 있어야겠지만, 문제는 대부분 예전부터 당연시하게 해 오던 일이고, 사례를 받는 것이 월급 대신, 또는 내가 개인적으로 쓴 비용 대신 받는 것이라는 잘못된 의식 때문에 부정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대로 지속하는 것이다.
과학자, 의료인,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그 일이 부정부패한 일이고, 도둑질이고, 기차를 몰래 표 없이 타는 것과 비슷한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정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렴의 시작은 옳고 그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만큼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청렴 교육 내실화가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경우 2002년부터 ‘공공부문의 청렴 수준 제고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매년 청렴도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2018년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270개 전 기관의 5.6%가 미흡에 해당되고 나머지 94.4%는 보통이나 우수에 해당된다.
청렴도 평가를 시작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수년간 연속해서 청렴도 우수를 받은 기관은 청렴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청렴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부패방지 평가 결과가 연속으로 우수한 기관의 경우에는 미흡 기관과는 차별화된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청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비효율적인 규정들이 있다. 한 예가 수의계약 금지 규정이다.
현재는 모든 기관에 수의계약 상한액이 2000만 원으로 한정돼 있는데, 우수 기관으로 유지되는 동안이라도 수의계약 상한액을 증액하는 규정을 포함한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한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제품을 구매하거나 용역 제공을 받을 때 어떤 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자기 기관에 꼭 필요한지는 담당 직원이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청렴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해 만들어진 계약 관련 규정으로 인해, 동일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은 간접적으로 국가 재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과거 공공기관의 부패 지수가 높았을 때의 기준에 맞춰진 정책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청렴과 윤리의식은 공직자를 비롯한 공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알게 됐듯이 한국의 방역과 도덕의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 수준이다.
이제 우리의 법 제도도 높아진 국민 수준에 맞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의 국격에 합당하고 ‘신뢰와 협력’의 시대정신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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