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서 울음소리 나는 구조물
문 열면 ‘학대 외면 않는 영웅’
시민들에게 관심 촉구 메시지
등교수업 줄자 학대위험 증가
신고의무 없는 시민신고 늘어
“아동방임·폭력 방치해선 안돼”
“너 진짜 얼마나 맞아야 정신 차릴래? 똑바로 안 해!”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앞을 지나던 시민들이 깜짝 놀라 발길을 멈췄다.
성인 남성의 강압적인 목소리, 아이의 서글픈 울음소리에 길을 가던 시민들이 놀라 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댄 것이다.
무서운 호통이 흘러나온 곳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앞 ‘도네이션 파크’에 설치된 3m 높이의 문 안쪽에서였다.
놀란 시민 A 씨가 굳게 닫힌 문을 서둘러 열어젖혔다. 그러자 A 씨의 얼굴이 비치는 커다란 거울이 나왔다.
거울 하단엔 ‘아이들의 신호에 외면하지 않은 HERO 탄생’이라는 신문기사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아동학대를 외면하지 않고, 아이들의 고통에 문을 열 수 있는 용기 있는 시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이 구조물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올해 7번째 천사데이를 맞아 ‘2020 천사데이 OPEN DOOR 캠페인’의 일환으로 설치했다. 재단은 2014년부터 매년 10월 4일을 ‘천사(1004)데이’로 정해 어렵고 소외된 아동들을 살피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오고 있다. 올해 천사데이 OPEN DOOR 캠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아이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코로나19로 지난 1학기부터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등교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이 방치되는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아이들이 가정에서 어른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분적인 등교로 선생님과 같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신고 의무가 없는 시민들의 신고는 되레 늘었다는 통계를 통해 아동학대 위험이 상당히 잠재돼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상황 탓인지,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OPEN DOOR 캠페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캠페인에는 배우와 아나운서 등 유명인도 참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대사 배우 송일국 씨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가 학대로 고통받는 정황들을 알 수 있다”며 시민들의 용기 있는 신고를 촉구했다. 송 씨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915조 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해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는 사회적 통념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친선대사인 조수빈 아나운서는 “뉴스앵커로서 최근 일어나는 사건을 보도할 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신고 의무를 떠나 용기 있는 시민들의 신고만이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강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OPEN DOOR 구조물은 7일까지 재단 앞 도네이션 파크에서 볼 수 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과 공포가 지속할수록 가장 약한 아이들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은 이웃들의 각별한 관심이다”고 캠페인 참여를 당부했다.
재단은 OPEN DOOR 캠페인을 시작으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인 11월 19일까지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캠페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식 인스타 계정(@childfundkorea_official) 프로필 링크를 통해 ‘천사데이 필터’로 인증샷과 해시태그를 함께 게재해 참여할 수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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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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