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학교에 타고 오시던 봉고차를 자꾸 똥차라고 불러서 죄송해요. 봉고차 뒤쪽에 구멍이 조금 난 곳의 색이 벗겨지고 녹슬어 우리는 ‘똥차 지나간다’고 깔깔거리고, 남자아이들도 엄청 재미있어 하고 좋아했어요. 선생님께서 1년 동안 똥차를 타고 날라다 주신 추억이 어마 무시하게 많아요.
더운 여름날 체육하고 난 뒤 선생님께서 미리 끓여 냉동실에서 넣어둔 보리차를 꺼내주셨는데 시원함이 묻어나는 보리차는 정말 꿀맛 같았어요. 눈 오는 날에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비료 포대 썰매를 타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서로 끌어주며 경사진 곳에서 씽씽 내려올 때는 엄청 재미있었어요.
학교의 언니 오빠들이 다른 장소의 큰 건물에서 공연하는 날에 우리를 관람객으로 초대해 가고 싶어도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학교 끝나고 픽업해서 데리고 가주시지만 우리는 그 시간에 엄마 아빠가 일을 가셔서 데려다주실 수 없고, 엄마가 차가 없으셔 구경 가기 힘든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똥차로 우리를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선생님과의 가장 큰 추억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직접 영화를 찍은 일이에요. 학예 발표회 때 율동이나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국어시간에 우리가 직접 만든 이야기로 영화를 찍었지요. 총감독, 음향감독, 조명감독, 스태프와 배우들…. 영화 하나를 찍는 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영화 제목도 우리가 정해야 해서 의견을 모았는데, 친구들이 제가 발표한 ‘꿈같은 실제’가 좋다고 해서 그것이 영화 제목으로 사용될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우리가 만든 영화는 유튜브 검색에 ‘꿈같은 실제’라고 치면 첫 번째 화면으로 올라오고, 오늘 보니 조회 수도 2150회나 돼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어요.
이제 선생님도 다른 학교로 가셨고, 3학년 때 친구들도 다른 반이 됐고, 추억을 날라다 준 똥차도 고장 나서 선생님께서 다른 차를 타고 다니시지만, 그때 그 똥차로 많은 추억을 배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그 차는 똥차가 아니라 꿈을 실어다주는 ‘꿈차’라고 불러야 할까 봐요.
선생님,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도 매일 볼 수 있을 것 같은 똥차, 꿈차 한 대 더 구입해 보시면 어떨까요? 또 타고 싶어집니다. 아이들과 너무 많이 뛰어노느라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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