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꾼 장사익 & 사진작가 김녕만
15년간 공연·일상 모습 담은
230여 점 작품 사진 전시회
金 “배우처럼 사진 잘 받아
장사익은 정말 포토제닉 해”
張 “나의 절정기 지켜본 녕만
사진보며 나의 내면 보게 돼”
몇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다가가서 보니, 만나기로 약속한 소리꾼 장사익과 사진작가 김녕만이 그중에 있었다. 이들은 전시용 사진들을 싸서 옮겨온 포장용 에어캡을 액자에서 떼어내는 중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였다. ‘장사익, 당신은 찔레꽃’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사진전 개막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김 작가가 장사익의 공연과 일상 모습을 15년간 촬영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김 작가는 전시회에 앞서 230여 점의 작품을 담아 같은 제목의 사진집을 펴냈다. 여러 인물의 사진을 모아 전시하거나 책을 펴내는 일은 있으나 이처럼 한 아티스트를 오랫동안 촬영해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처음부터 전시나 사진집을 계획하고 찍은 것은 아니에요. 우정 때문에 가능했지요.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연장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을 반사적으로 찍어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김 작가는 친구 장사익이 ‘포토제닉(photogenic)’ 하다고 자랑했다. 꾸밈이 없는데도 완벽한 외모를 갖춘 배우 이상으로 사진이 잘 받는다는 것이다. 항상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가는 사람인데도 카메라 앞에서 머리카락 한 번 다듬는 법 없이 그대로 서는데, 한결같이 수수한 그 매력 덕분에 15년간 계속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 주인공인 장사익은 이날 내내 김 작가 뒤에서 질박한 충청도 사투리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진짜 주인공은 녕만이여, 난 객이여.”
그는 붓글씨로 이런 소감을 써서 전시장 맨 앞에 걸어놨다. ‘김녕만 친구의 사진에서는 내 노래가 들린다. 돌이켜보면, 친구가 땀 흘려 기록해 준 지난날은 나의 노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다. 친구는, 곁에서 소리가 무르익어가는 나의 절정기를 지켜보며 정성껏 기록을 해온 것이다. 무대 위에서의 모습은 그렇다 해도 무대 아래 일상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남겨줌으로써 거울로는 보지 못했던 나의 내면까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김 작가는 장사익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삶 자체가 음악인 사람”이라고 했다. 인생의 굴곡을 통해 깊어진 목소리로 곡진하게 노래하며 한결같이 겸손하게 사는 친구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지음(知音)의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때는 50대 중반이었다. 늦게 만났으나, 1949년생 동갑인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동시대 일을 함께 겪었다는 공감대가 있으니까요. 고향은 다르지만, 바닷가에서 서해 노을을 바라보며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어 정서도 통했어요.”
두 사람은 허물없이 농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각자 뚜렷한 자기 세계가 있어 우정에 ‘필요한 거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 둘의 공통된 말이었다.
장사익은 친구가 찍어 준 사진 모두가 소중하다고 했다. “친구 사진들을 보면, 선(線)과 구도가 특별해요. 저어기 제가 공연 끝나고 웃으며 인사하는 사진은 90도로 허리를 굽힌 선이 우리 기와지붕을 떠올리게 하잖아요.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모습을 찍은 것은 구도가 강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고요.”
사진집에는 장사익이 장항선을 타고 고향(충남 홍성군 광천읍)으로 가는 모습, 시인 등 타분야 문화예술인들과 교우하는 모습 등이 다채롭게 담겼다.
김 작가는 장사익이 병문안을 가서 환자 손을 꼭 잡고 노래 부르는 사진을 언급하며, 힘들고 약한 사람에게 더 마음을 쓰고 정을 쏟는 친구가 좋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열 권 넘는 사진집을 펴냈는데, 이번 책을 만들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고 되돌아봤다. “인물 자체가 찍으면 사진이 되기 때문에 행운이었지요. 또 조의환 디자이너가 사진집 디자인을 참 훌륭하게 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장사익은 감염병 사태 탓에 전시회를 여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지인들이 꼭 오겠다고 하더라며 “거리를 두며 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운 모양”이라고 했다.
“살다 보니 이런 시절을 겪습니다. 인간(人間)의 간 자에서 보듯 사람은 본래 사이가 있는 것인데, 문명이 그걸 좁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현명하게 이 시절을 보내고, 그런 다음에 진짜로 가깝게 사는 것이 뭣인지 그 문제를 절실하게 풀어야 하겠지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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