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조문에도 ‘엉터리 국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다. ‘전통에’는 조사 사용의 잘못으로 ‘전통으로’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부정확한 외래어로 ‘자유민주주의’로 고쳐야 한다. 이처럼 헌법 조문은 어색하거나 부정확한 표현 10곳, 일본용어·일본식 표현 32곳, 불필요한 한자어 21곳 등 총 63곳에 엉터리 국어가 사용됐다는 것이 학계의 판단이다.
8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헌법을 비롯해 민법·형법 등 법전 곳곳에는 사전이 없다면 뜻조차 알기 어려운 표현들이 난무한다. 예컨대 우리 법전에는 ‘몽리자(蒙利者·이익을 얻는 사람의 한자식 표현)’ ‘환금시가(換金市價·환율로 순화)’ 등과 같은 용어가 버젓이 포함돼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며 오롯이 우리만의 법을 만들기에 한계가 있었던 탓에 일본 등 외국 법전 내용이 우리 삶에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어려운 민법 등을 올바른 우리말로 바꾸는 개정 작업을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지만, 국회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결문의 경우 여러 문장이 쉼표로 이어지면서 한 문장이 A4 용지 한 장을 넘기는 일도 있다”며 “법률 용어가 어려운 것은 법조인들이 압축적인 의미의 법률 용어와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인데, 이처럼 복잡한 법률 용어 해석을 위해 비싼 자문료를 내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고 했다.
법제처는 잘못된 법률 용어 문제를 해소하고자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도 한글날을 앞두고 ‘공란’ ‘두개골’ 등 일본식 용어를 고유어인 ‘빈칸’ ‘머리뼈’로 다듬고, ‘개호’는 이해하기 쉬운 한자어인 ‘간병’으로 바꾸는 등 법령 속 일본식 용어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조인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렵고 복잡한 법률 용어 사용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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