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김세영 [AP=연합뉴스]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김세영 [AP=연합뉴스]
- 김세영 여자PGA챔피언십 우승

합계17언더… 박인비 5타차 제쳐
LPGA 데뷔후 첫 메이저 퀸 등극
11개월만에 통산 11승째 수확

박세리 - 박인비 이어 다승 3위
“세리언니 메이저 우승보고 꿈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네요”


김세영(27)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1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골프클럽(파70)에서 막을 내린 KPMG 여자PGA챔피언십(총상금 43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오른 뒤 “1998년 세리언니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트레이드 마크인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김세영은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내 7언더파 63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66타인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5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300만 원)를 거머쥐었다. 63타는 이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며, 266타는 1992년의 벳시 킹(267타·미국)보다 1타 적은 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김세영은 “메이저 우승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지난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도 큰 대회여서 기뻤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또 다르다. 뭔가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가족을 안아주고 싶다. 매일 통화하며 밥 먹는 것, 운전하는 것까지 걱정하신다. 이번에 혼자 투어를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걱정하신 것보다 잘해서 이제 걱정을 덜지 않으셨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 통산 11번째 우승으로 한국인 중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신지애와 함께 다승 공동 3위에 올랐다. 김세영은 2014년 ANA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대회 전까지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했고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8차례 톱10에 들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고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13개 대회 중 4승을 합작했고, 지난달 ANA인스피레이션의 이미림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수확했다.

이 대회까지 합산, 박인비는 시즌 상금 1위(106만6520달러)이고 김세영은 2위(90만8219달러)가 됐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도 박인비가 1위(90점), 김세영이 2위(76점)다. 평균 타수에서는 이미림이 66.867타로 1위, 김세영이 68.391타로 2위다.

7언더파 단독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경쟁자는 챔피언 조의 브룩 헨더슨(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아니라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승’ 박인비였다.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14번 홀(파3)까지 4타를 줄이며 3위로 올라서긴 했으나 김세영과 4타 차라 우승은 사실상 김세영과 박인비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3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전반에 3타를 줄인데 이어 후반 12번 홀(파4) 버디로 2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박인비가 버디로 쫓아갈 때마다 김세영은 버디로 뿌리쳤다. 전반에 버디 3개를 뽑아낸 김세영은 13∼14번 홀 연속 버디로 다시 달아났다. 17번 홀(파3)에서 박인비가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었지만 김세영은 16∼17번 홀 연속 버디로 결정타를 날렸고 5타 차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역전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승부사 기질을 자랑하지만, 김세영은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두고는 긴장했다. 김세영은 “어제 잘 때부터 압박감을 느꼈다. 여기 예상 도착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었다. 시간을 놓칠 정도로 당황했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2015년 이 대회 우승을 다퉜지만, 당시 박인비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김세영은 “인비 언니가 당연히 잘 칠 거라고 예상했기에 그걸 뛰어넘을 뭔가가 필요했다. ‘대결한다’고 생각하면 질 것 같아 더 잘 치려고 노력했다. 코스에서 긴장이 됐지만,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애썼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세영이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쳤다. 메이저 우승자다운 플레이였다.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고 축하했다.

하타오카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공동 3위(7언더파 273타)에, 1타를 잃은 노르드크비스트는 5위(4언더파 276타), 2타를 잃은 헨더슨은 6위(3언더파 277타)에 자리했다. 박성현은 17위(2오버파 282타), 지은희는 공동 18위(3오버파 283타)에 올랐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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