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리비아에서 전기기사로 있을 때, 당시 국졸이었던 제 학력에 대한 차별로 마음의 상처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나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권변호사가 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법학과엘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무리다 싶어 우회하기로 했습니다. 철학과로 가서 복수전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입학 후, 철학과 특성을 따질 겨를 없이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후다닥 철학과 과정을 마치고 법학과 과목을 이수코자 몰두한 것입니다. 어느 날, ‘살아 있는 노자(老子)’로 불리는 송항룡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은 분입니다. 선생님의 캐릭터는 독특, 그 자체였습니다. 도가(道家) 철학자의 전형 그대로였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을 실제로 구현한 분입니다.
안경부터가 남달랐습니다. 약간 과장하면 얼굴의 반을 차지할 만큼 큼지막했습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분석해야 할 만큼 대충 하고 다니셨죠. 나처럼 몇 개 나지도 않은 수염을 당당하게 기르셨고, 와이셔츠를 입었다 하면 때(?)가 빛으로 변할 때까지 입으셨습니다. 양말 모양과 색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짝짝이 양말이 비일비재했고, 신발도 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강의 도중 제게 돌직구로 물으셨죠. “왜 사나? 뭐하려고 사나?” 순간 기가 막혔습니다. 즉답은 피하고 속으로 ‘뭐 이런 시시한 질문을 하고 그러시지? 왜 사냐고? 뭐하려고 사냐고? 먹고살려고, 인권변호사가 돼 사회적 약자를 위하려고…’ 하고 중얼거렸죠. 답이 없자, 선생님은 몇 번을 더 물으셨습니다. 고집 하면 나도 한 고집 하지. 입 다물고 묵언 수행하듯 했습니다.
뭔가 답을 줄 듯 말 듯 하다 더 이상 말씀을 않고, 전문적인 강의에 몰두하다 강의를 마쳤죠. 이후, 강의 때마다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왜 사나? 뭐하려고 사는가?” 그럴 때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날 무렵, 대오각성했습니다. 뭐에 한번 꽂히면 밀어붙이는 탓에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음’을 인식한 것입니다.
전과 달리 ‘왜 사는지?’ ‘무엇하려고 사는지?’ 자문자답했습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삶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과감하게 목표를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철학으로 무장된 정치학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인권 변호사가 아닌 철학자와 정치학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 수 있게 된 계기는 ‘살아 있는 노자로 불리는 송항룡 선생님 덕분’입니다.
김해영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
(철학·문화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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