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아픔 저버리는 행위
日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게르하르트 슈뢰더(사진 오른쪽)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왼쪽) 씨가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린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 앞으로 공개편지를 보내 철회를 요청했다. 김 씨는 1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대해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소녀상은 지난 9월 말 미테구에 설치됐지만 이후 일본 정부가 철거를 공식 요청하면서 미테구는 지난 7일 철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라며 “미테구가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 씨는 이어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선 안 된다”며 “남편과 함께 미테구가 소녀상을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협의회 측은 미테구가 철거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면서 독일과 일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며 문제 삼은 비문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 문구가 들어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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