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헤지펀드 추천 감사위원
소액주주100% 반대해도 선임
현대차 공격 엘리엇에 대입시
상장사 15곳중 13곳서 의결권
재계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집단소송제법 등이 모두 기업 운영에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 경영권에 가장 위협적인 조항이 상법 개정안의 이른바 ‘3% 룰’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임이 될 것이란 사실이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13일 출범식에서 발표한 분석 결과를 보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대주주 의결권 제한 없이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단계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먼저 대주주의 경영 방침에 반하는 적대적 인사가 걸러질 수 있다.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선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개인별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회장과 그 가족인 부회장이 각각 3%씩 6%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을 아예 따로 뽑고,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의결권을 합쳐 총 3%로 제한한다. 당연히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지게 되는 구조다.
송원근 KIAF 미래산업연구소장(연세대 객원교수)은 국내 15대 주요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과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율을 토대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헤지펀드 추천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추천했는데 주총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이들 3명에 대해 외국인 지분 중 45.8%, 49.2%, 53.1%가 각각 찬성한 바 있다. 송 소장은 이를 활용해 헤지펀드 제안에 대한 외국인 찬성률을 45.8∼53.1%로 대입했다.
분석 결과, 국내 소액주주 및 기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추천 인사에 대해 100% 반대해도 이들이 선임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도출됐다. 엘리엇의 현대차 사외이사 추천 시 외국인 최대 찬성률인 53.1%를 적용할 경우, 15대 상장사 중 무려 86.7%에 해당하는 13개사에서 외국인 지분이 이사 선임 요건인 25%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외국인 주주의 최저 찬성률인 45.8%를 적용해도 15곳 중 53.3%인 8곳에서 외국인 지분이 의결권을 25% 이상 확보하는 것으로 나왔다. 의결권 25% 이상이라면 발행주식 총수의 2분의 1 출석, 출석 주식 2분의 1 찬성이라는 이사 선임 요건을 충족한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으로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동조하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산업계 우려다. KIAF 분석에 따르면, 국내 소액 주주 및 기관 투자자 중 12.0%만 해외 헤지펀드 추천 인사 선임에 동조해도 15대 상장사 모두에서 전체 의결권 중 25% 이상을 확보하게 돼, 헤지펀드가 추천하는 인사의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지난해 현대차 주총 당시 외국인 최대 찬성률 53.1%에 국내 소액 주주 및 기관 투자자도 같은 비율로 동조했다면, 15개 기업 모두에서 전체 의결권의 50% 이상도 확보할 수 있어 외국계 헤지펀드가 전횡을 부릴 수 있게 된다고 KIAF는 지적했다.
김성훈·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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