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만 2조 원이 넘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있다. 여권 실세가 상당수 연루됐을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사건 수사에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건의를 수용하면서 추가 대폭 증원까지 지시한 것은 수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게이트’ 악취(惡臭)가 진동하는데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허위 문서” “오해” 운운하며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특정 사건에 법무장관이 이렇게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은 수사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추 장관은 12일 국회 법사위 국감(國監) 답변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임’ 측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돈을 받은 바 없다는 것이 조서에 기재돼 있다”고 했다. 여권 인사 20여 명의 연루 내용이 담긴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대해선 “금융감독원 조사를 대비한 허위 문건이라고 한다”고 했다. 수사 총책임자인 윤 총장도 지난 6월에 검찰이 압수한 문건을 최근에야 보고받았다고 할 정도로 ‘이성윤 검찰’이 의도적으로 뭉갠 의혹이 짙다. 그런데도 추 장관이 언론 보도 후 검찰로부터 보고받았다고는 했으나 “허위 문서” 운운하는 것은 범죄 혐의자들의 변호인 노릇 하는 것으로 비친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것이 장관이 할 대답인데 추 장관은 수사 결론을 암시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일 때도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얘기를 했고, 수사 결과도 그랬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 시늉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윤 총장과 금융위원회 등의 반대에도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를 강행했다. 몇 차례 검찰 인사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은 모조리 지방으로 좌천됐고, 그 자리는 수사 경험이 일천한 이런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대로면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히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윤 총장이 책임을 지고 진행하되 수사 대상에 오른 여권 인사들과 밀접한 추 장관이 직무배제를 자청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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