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신 지 4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할머니가 한 번씩 생각나네요. 제게는 늘 웃는 얼굴만 보여주신 할머니, 너무나 빨리 제 곁을 떠나셨어요. 가끔 할머니 생각이 날 때면 멍하니 앉아 있곤 합니다. 제게는 철없던 어린 시절이자 푸근했던 옛 기억이에요.
제 머릿속 할머니는 소설책에 나올 법한 아궁이, 대나무로 엮은 담장, 처마 밑의 제비집, 귀여운 누렁 강아지가 있는 집에 서 있으십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제게 ‘시골’ 하면 바로 외할머니 집이 떠오를 정도로 그 따뜻했던 풍경은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자리 잡은 할머니. 늘 말썽 피우던 저를 혼내기도 하셨지만 언제나 걱정해주셨죠. 제가 한쪽 눈이 나빠 안경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제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서 하루 종일 한쪽 눈을 감고 지내셨다고 들었어요. 손자의 눈이 안 좋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할머니, 저는 문제 없이 건강히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걱정은 덜어 놓으셔요.
아플 때도 늘 웃으면서 절 대해주셨고 오랜 병마에 시달려 몸이 야위었을 때도 제 이름을 부르며 제 걱정을 먼저 하셨던 할머니. 할머니의 손을 잡을 때 그 앙상했던 손가락과 오랜 병치레로 변해버린 얼굴이 기억나 제 마음이 또 시립니다. 할머니가 쾌차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시길 바랐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이 됐습니다.
할머니, 그때의 푸르름이 그립습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던 제비와 마당을 걸으면 튀어 오르던 방아깨비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 집에 뛰어들어갈 때면 반기던 강아지 소리와 집 앞을 흐르던 우물가의 물소리가 듣고 싶어요. 뒷동산에 올라가면 눈부실 정도로 빛나던 영산강과 넓게 펼쳐졌던 논밭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그리고 그 안에서 건강했던 옛 모습으로 절 맞아주시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대문까지 뛰어나와 절 안아주시던 할머니가 보고 싶고, 철모르던 때 칼싸움한다고 대나무 담장을 다 망가뜨린 절 혼내던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에 할머니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할머니, 저는 이제 장성해 결혼하고 자식까지 얻었습니다.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증손자도 생겼어요. 조금만 더 계셨다면 그렇게 걱정하셨던 손자의 결혼식과 증손자의 얼굴도 만져보실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평생 이 마음은 영원하겠죠. 모든 것이 다 바뀐다고 해도 그 당시 외할머니 집의 풍경과 할머니의 모습은 제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외손자 오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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