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요건 미충족 시정조치 유예·대주주 변경 ‘빠른’ 승인위해…

5000억 원대 규모의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관계자들이 금융 당국과 금융회사, 공공기관,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전방위로 정·관계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뒤늦게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은 펀드 수익 지분 구조와 투자금 용처 등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이들의 로비 동기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구속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 외에도 양호 전 옵티머스 회장,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수배 중)가 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고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벌인 정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전날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윤 전 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양 전 회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나라은행장 출신 양 전 회장이 김 대표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양 전 회장이 자신의 금융권 인맥 등을 이용해 금융당국에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옵티머스가 금융당국에 로비했을 동기는 여럿 포착된다. 옵티머스는 지난 2017년 내부 횡령 등으로 자본금 요건 10억 원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금감원은 같은 해 8월 현장검사를 벌였다. 이후 112일이 지나서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적기시정조치 유예 결정이 의결됐다. 이는 평균 58일보다 두 배 가까이 긴 기간이다. 금융당국이 옵티머스가 부족한 자본금을 끌어올 시간을 벌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전 대표에서 양 전 회장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도 석연찮다. 이 전 대표가 김 대표와 양 전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는데도 금융당국이 적격성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승인했다는 의혹이다. 검찰 역시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이 흘러간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나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졸속으로 처리된 사례가 수두룩해 로비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 대표가 주도해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경기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사업을 비롯해 한국남동발전의 해외 발전사업 등이 적시돼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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