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발언후 4개월만에 로드맵
한수원, 속전속결 폐쇄 결정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이번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상징이 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강행의 서막이었다. 4개월 뒤 로드맵을 통한 명문화가 이뤄진 데 이어 3번에 걸쳐 하향 조정된 경제성 평가를 거친 뒤 1년 만에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를 열고 폐쇄를 확정, 속전속결로 월성 1호기 운영을 중단했다. 초반부터 우려가 쏟아진 가운데 밀어붙인 월성 1호기 폐쇄는 결국 감사원 감사로 이어져 관련 청와대 및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공무원 등에 대한 징계 발표를 앞두고 있다.

19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4개월 뒤인 10월 22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관련 입장문에서도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의 중단 표명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10월 24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국무회의 뒤 열린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침 등이 담긴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같은 날 한수원에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그해 12월 내놓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월성 1호기를 배제했다. 한수원은 이듬해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약 7000억 원을 들여 보수를 마치고 2022년 11월까지 연장 운전 승인을 받았던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기 폐쇄키로 확정했다.

대통령-산업부-한수원을 거치며 일사천리로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18년 3월 한수원 자체 첫 평가에서는 3707억 원이 예상됐던 월성 1호기 계속 운영 이익은, 같은 해 5월 외부 회계법인 평가보고서 초안에서는 1778억 원까지 쪼그라들었고, 최종 보고서에서는 224억 원까지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 드러났다. 회계법인 보고서 수정 전 산업부, 한수원이 회계법인과 회의를 개최한 점이 알려지며 조기 폐쇄 근거를 만들기 위해 가동률과 판매단가를 일부러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산업부와 한수원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산업부는 한수원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등은 사업자인 한수원이 결정할 문제”라는 식으로 선을 그어왔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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