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어린이가 보내온 편지
국내 후원자에 번역해 발송
미군부대서 40년 익힌 영어
퇴직뒤 묵히기 아까워 시작
봉사에는 정년 없어 좋아요”
“무엇보다 전 세계로부터 도움을 받던 한국이 전 세계 연약한 어린이와 이웃을 도울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사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습니다.”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월드비전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15년간 편지 번역 봉사를 해 서울시의회 의장상을 받은 김영자(75·사진) 씨는 “봉사의 진짜 좋은 점은 회사와 달리 정년이 없다는 것”이라며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40년간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며 채용 등 인사 관련 업무를 맡았다. 오랫동안 미군들과 일하다 보니 영어 실력도 자연스레 늘었다. 퇴직 시기가 다가오자 김 씨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60세가 되던 2005년,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김 씨는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는 나이까지, 일 년에 하나씩이라도 남을 위한 일을 하자’고 다짐한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겼다.
“퇴사하고 나니 일상에서 영어 쓸 일이 없잖아요. 이걸 묵히기도 아깝고. 그러다가 선배 중 한 분이 번역 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그는 15년간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번역 봉사를 해 왔다. 국내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은 동남아시아부터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세계 각국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우리 말로 번역해 국내 후원자들에게 발송하는 일이다.
6·25전쟁을 겪은 그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편지 사연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편지 속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춥고 배고팠던 1950년대 한국과 다르지 않아요. 이런 뜻깊은 일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감사해요.”
특히 베트남 어린이들의 편지를 번역하면서 놀라움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처럼 전쟁을 겪어 먹고살기도 힘든 형편인데, 아이들이 정말 똑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요. 이런 아이들이 후원을 받고 잘 성장한다면 더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월드비전에서의 재능봉사뿐만 아니라 경기 부천시 해밀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기 봉사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봉사는 중독”이라며 “한번 맛을 보면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아이들의 편지 번역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봉사를 하며 후원하는 분들께 너무 고맙더라고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 일을 소리 없이 하고 계신 후원자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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