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대 처치 교수팀 연구
사람이 적고 싶은 정보코드
DNA로 합성하는 최신기술


뇌가 컴퓨터처럼 정보 저장·처리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을까. 뉴런(뇌신경세포)은 활동전위라는 생체전류를, 뉴런과 뉴런 간은 신경전달물질이란 호르몬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전기신호와 화학신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이 신호를 사람이 원하는 대로 조작해 살아 있는 생체(바이오) 컴퓨터를 만들자는 구상이 있다. 앞서 말한 전뇌(電腦)가 공상과학 수준에 머물러 있듯, 생체컴퓨터도 아직은 꿈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실렸다. 제목은 ‘분자 디지털 데이터 저장을 위한 광자 지향 다중 효소 DNA 합성’이다. 쉽게 말해 생물의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이 적고 싶은 정보 코드를 DNA로 합성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분자 디지털 데이터 저장의 대가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이호원 박사와 천홍구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가 각각 제1저자 및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천 교수는 “2003년 완성된 인간 유전자 해독, 즉 염기서열 분석이 DNA ‘읽기’라면, DNA 합성 또는 DNA 데이터 저장은 ‘쓰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DNA를 메모리 반도체처럼 정보 저장 매체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약 10년 전부터 있었다. 전자회로 반도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아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DNA는 A(아데닌), C(시토신), G(구아닌), T(티민)의 4종류 염기로 구성된다. 0과 1의 2진법을 쓰는 지금 컴퓨터보다 글자가 2개 더 많은 셈이다. 예를 들어 23=8이지만 43=64다. 세 줄만 늘어놔도 표현할 수 있는 가짓수가 8배나 더 풍부하다. 이론상 DNA 1g에 수백 페타바이트(PB·1015 Byte)를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수백만 년 전 빙하기 때 죽은 매머드 사체가 시베리아 동토에서 발견됐을 때 DNA는 멀쩡했다. 현재 외장용 하드드라이브디스크(HDD)의 저장수명은 불과 10년 정도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속도와 가격에서 아직 DNA 메모리는 현실적 경쟁력이 없다. 천 교수는 “독성이 강한 기존의 화학적 DNA 합성 방법과 달리, 생물의 DNA 합성효소를 이용해 친환경적인 데다 한 번에 여러 줄씩 한꺼번에 합성할 수 있어 생산이 훨씬 빠르고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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