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지도자 20년만에 6·25 연설

‘항미원조 70주년’적극 띄우기
내부결속 다지면서 美에 대응

美는 ‘쿼드’등 反中 동참 압박
동북아 신냉전 체제 위기감도


세계 제2차대전(1939~1945)과 베트남 전쟁(1960~1975) 사이에 발발해 국제사회에서 ‘잊힌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려온 6·25전쟁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띄우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6·25전쟁을 이슈화하는 일차적인 배경에는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중국 인민의 승리’로 포장해 미·중 갈등 국면에서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한·중 수교 이후 꾸준히 축적돼온 한·중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강조하면서 남북 및 한·중 관계에 공을 들인 문재인 정부의 대외기조와 역행하는 동북아 정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뛰어난 아들딸들로 구성된 인민봉사군은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저항하는 정의의 깃발을 높였다”며 “미국의 침략에 저항하고 한국을 원조하는 전쟁의 위대한 승리는 중국 민족의 역사에 영원히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이후 20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중국이 항미원조를 띄우는 일차적인 의도는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차원이다. 그러나 중국의 행보를 통해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최근 중국의 6·25전쟁 띄우기는 남북 분단 상황을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로 규정하고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임기 목표로 설정한 문 대통령의 대외 기조와 상반된다. 실제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인 10월 25일은 중국군이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날을 의미한다. 중국이 6·25전쟁을 고리로 북한과 밀착할수록 한국 역시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로 엮인 미국, 일본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바람과 동떨어지게 동북아 신냉전 체제가 굳어지는 셈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중국학) 교수는 “한국 정부가 ‘양국 우의를 깨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중국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갈수록 더 한국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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