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作서 진보진영 강하게 비판
“모든게 내로남불, 정리중 포기”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건 ‘선한 권력’이지만, 권력 주체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남 탓’의 상례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 중 한 명인 강준만(사진) 전북대 교수는 26일 출간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우려를 쏟아냈다. 강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도덕적 우월감’에 빠진 모습을 보였지만 “그 범위와 정도에서 문 정권은 압도적”이라고 비판하고 “‘선한 권력’은 이론상으로 존재하거나 현실 세계에 존재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정치 권력 전체에 대해 감히 적용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한 권력’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선한 권력’이기 때문에 더 큰일을 하기 위해 ‘자기 보호’가 필요하며, 따라서 권력을 어느 정도 오·남용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라며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타락하고 몰락한 ‘선한 권력’이 인류 역사에 무수히 많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잘못을 극우 보수보다 사소하게 보이게끔 해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장기 집권을 꾀하는 셈법인데, 그 과정에서 나라가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열성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 운영을 하는 정권들이 있는데, 문 정권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일부 지지자의 전투적 행태는 문 정부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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