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서 배척받던 삼성TV
품질 높여 ‘보르도 신화’ 일궈


삼성이 세계적인 일류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혜안과 집중,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곧 ‘신화’로 요약된다. 반도체 왕국을 만든 ‘반도체 신화’, 세계 제1의 가전제품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애니콜 신화’와 ‘보르도TV 신화’가 그것이다.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진행된 ‘애니콜 화형식’은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세계 1위 제품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1994년 삼성전자가 야심작으로 선보인 최초의 애니콜 ‘SH-770’은 기대와는 달리 불량률이 높았다.

1993년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했지만, 만족스러운 품질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해 말 애니콜의 불량률은 11.8%에 달했다. 이 회장은 불량 휴대전화 15만 대를 전부 거둬들여 구미사업장에 쌓아놓고 불태워버렸다. 시가 500억 원 상당의 제품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 임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화형식을 계기로 품질 개선에 이를 악물었던 삼성전자는 불과 5개월여 만에 당시 국내 판매 1위였던 모토로라를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올라섰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모토로라는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서만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보르도TV 신화’는 삼성전자가 13년째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회장은 애니콜 화형식이 있기 전인 19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전자제품 유통매장인 ‘베스트바이’를 찾았다가 일본 제품에 치여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삼성 TV를 보고 임원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시 삼성전자 TV는 북미 시장에서 13개 브랜드 중 1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형편없는 품질을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사업부 엔지니어 300여 명을 TV사업부로 이동 배치하는 등 TV 사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삼성은 2006년 ‘보르도TV’를 출시했고, 보르도TV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점을 맞은 TV 시장을 이끌었다. 삼성은 글로벌 TV 시장 1위였던 소니를 제치고 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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