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주탐사 현주소

미국의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현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은 2018년 말 정부 공식서한을 통해 원칙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01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국가 우주협력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달 궤도 우주정류장 참여를 검토했으나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특히 이번에 우주개발 후발국인 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밀려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정권의 정략적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안보 차원에서 큰 그림을 보는 전략적이고 일관된 우주탐사 정책이 없었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에도 미국으로부터 국제우주정류장 계획 참여를 요청받았으나 분담금 때문에 포기한 전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우주 경제(Space Economy)로 대변되는 경제적 마인드로의 사고 전환이다. 이를 위해 우주산업 육성을 염두에 둔 과감한 민간 이양이 필수다. 현행 항우연 중심의 국가주도 우주전략을 이분화해 발사체·상용위성 등 기초 우주 연구·개발은 민간기업과 대학으로 넘기고, 이들이 못하는 심(深)우주탐사 등 공공 우주개발에 전념해야 한다는 충고다. 둘째, 거시적 우주정책을 총괄할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의 우주기구 출범과 독립적인 우주청 신설이다. 우주과학은 흔히 거대과학(Big Science)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마치 해군의 대양해군과 연안해군 논쟁처럼 강대국형 심우주탐사와 틈새형 실속 우주탐사 주장이 맞선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우주탐사에 정권 교체와 무관한 장기적·전략적 추진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현실은 우주탐사가 아닌 ‘우주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달 탐사만 해도 정치적 목적으로 정권마다 흔들렸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달 궤도선 2020년, 착륙선 2025년 발사 계획을 처음 발표했으나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공약에 맞춘다며 이를 2018년, 2020년으로 무리하게 앞당겼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다시 달 궤도선 2020년, 착륙선 2030년으로 늦췄다가 결국 달 궤도선은 2022년 8월 발사로 재수정됐다. 정파 싸움 못지않게 과학계 내부의 파벌 싸움도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달 궤도선의 무게와 궤도 변경이다. 달 궤도선은 4년 동안 550㎏→610㎏→664㎏→678㎏으로 중량이 오락가락했다. 당연히 궤도 또한 수정을 거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국장은 그새 두 번이나 바뀌었다.

급기야 항우연 노조가 지난달 “달 탐사 지연에 대한 직무유기로 과기정통부를 감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 연구진과 간부들 사이의 마찰도 ‘과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항우연 전·현 원장끼리, 원장과 직원끼리 감정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달 탐사 소속 연구원들이 올 4월 연구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1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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