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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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중반의 공무원입니다. 저는 표정관리가 잘 안 됩니다. 특히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아 기분이 상하거나 불편한 동료랑 있으면 그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납니다. 그로 인해 몇 번 지적을 당하기도 해서 고치려고 하지만 참 어렵습니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살고 싶습니다.

A. 표정 감추기보단 감정 조절을…‘레이블링’해보세요
문요한 정신과 의사
문요한 정신과 의사
▶▶ 솔루션


얼마나 표정관리가 안 되면 포커페이스를 가지고 싶을까요. 사실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얼굴을 볼까요.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표정이 발달한 생명체입니다. 작은 얼굴에 43개나 될 정도로 세분화된 안면근육이 있으며, 이를 통해 21개 이상의 다른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언어 이전에 얼굴 그 자체가 소통의 도구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입니다. 실제 정신과에는 표정을 잃어버린 이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감정을 억누르고 살다 보니 표정을 잃은 것입니다. 즉, 자기 얼굴을 잃은 것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과 조절입니다. 무표정한 얼굴이나 감정이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 모두 문제입니다. 그럼, 사연을 주신 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표정을 감추기보다 감정을 순화시켜야 합니다. 감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이유는 올라오는 감정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감정을 순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표정을 바꾸려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적 있으시죠? 화가 나거나 불편한데 괜찮은 척하다가 표정이 더 부자연스러워질 때 말이죠. 즉, 표정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감정조절입니다.

이를 위해 ‘레이블링(labeling)’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살펴보고 그냥 이름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화가 났다면 ‘지금 화가 났어’라고 이야기하고, 불안하면 ‘나는 지금 불안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정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이성이 연결돼 감정은 완화됩니다. 만약 좀 더 강한 감정이 올라오면 감정에 따른 신체감각과 표정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만약 화가 나서 눈에 힘이 들어가고 표정이 굳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눈에 힘이 들어가고, 표정이 굳어지고 있어’라고 말합니다. 이는 복잡한 정서적 문제를 단순한 생리적 문제로 접근해 감정을 조절해주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우리가 감정을 잘 관찰할수록 감정을 더 잘 다룰 수 있고,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정을 밀쳐내려고 하면 감정은 더 오래 버티게 됩니다. 아무쪼록 감정을 순화시키되 표정이 살아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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