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극복을 국정 지렛대 삼아
“추격형 → 선도형 경제로 전환”
한국판 뉴딜 본격추진 강조도
“부동산 투기억제 단호한 의지”
부동산정책 전환 등 언급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나라”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와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아온 기존 국정 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여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해 온 중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며 사실상 위기 극복을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명분이자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선방과 경제 위기 상황 관리 등 자화자찬하며 문재인 정부의 ‘레거시(legacy·업적)’ 만들기에 집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집약됐다는 평가다. ‘K-방역’으로 명명한 코로나19 대응을 상대적으로 훌륭했다고 자평하며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한국판 뉴딜’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은 물론 혁신 경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 민생을 살리고,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본격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위해 일자리 유지와 창출, 소비 활력을 높이는 정책 등을 언급했다. 특히 경제 위기 극복의 핵심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힘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기존 경제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한국판 뉴딜을 꺼낸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한국판 뉴딜이 이후 정권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의 수정이나 전면 전환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을 ‘강한 안보’에 할애했다. 북한과 대화가 단절되고 미·북 간에도 냉랭한 기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대화와 협력 기조로 가기엔 부담스럽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한 것은 여전히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기업규제 3법과 공수처 추진 의지도 강하게 천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출범 등 여권의 중점 처리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며 야권에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 처리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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