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대란을 해결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뚜렷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대차 3법이 빚어낸 전세난을 외면하며 “정책 외적요인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는데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실을 모르는 공시지가 현실화(90%) 정책 역시 1가구 실수요자들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반시장적인 이념과 탁상행정이 빚어낸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분노만 더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전세·월세난과 관련해 내놓은 “과도기적 상황” “다양한 정책 외적 요인의 영향”이라는 진단은 정책 실패의 책임회피용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대차 3법은 바람직하지만 시장의 다른 요인들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공급부족으로 인해 매매가격도 오른 데다 이와 연동된 전세물량도 모자란 현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턱대고 임대차 3법을 시행시킨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장담했기에 이번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컸지만 정책 외적 요인을 탓하는 데 그쳤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예산시정연설에서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은 더 이상 이들의 약속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처럼 ‘양치기 소년’ 같은 발언에 대해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념에 치우친 정책을 무작정 밀어붙인 탓이란 비난이 거세다. 전날 열린 ‘부동산 공시지가 현실화 토론회’ 역시 현실을 모르는 정부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반응이다. 다주택자·고가주택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여권의 이념적 정책목표는 결국 1주택 소유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뒤늦게 여당은 9억 원 미만 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보유세(재산세)를 50%까지 경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급등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더욱이 지방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낮출 경우 줄어드는 지방세수는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하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난과 더불어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서민의 세 부담은 모두 비현실적인 이념정책과 함께 이에 대한 제동걸기에 실패한 부처 행정관료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시장의 현실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념에 따른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시행해 발생한 문제”라며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