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회장 영결식…‘글로벌 1위’에 도전하는 韓기업들

18년새 일류상품 수 6.8배로
한국수출 든든한 ‘버팀목’ 역할

“1등 발굴하는 건 결국 민간 몫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되면서 이 회장은 영면에 들었다. 그러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삼성을 세계 1등으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결단력과 추진력, 최고 품질에 대한 고집, 끊임없는 혁신가의 면모 등은 한국 경제에 지워지지 않을 소중한 가치로 남았다. 양적으로도 이 회장은 삼성을 국내 1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 취임 첫해인 1987년 당시 삼성 자산은 10조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03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대미문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이건희 DNA’를 이어받아 역경을 극복하고, 글로벌 1등을 향해 고삐를 다시 죄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 신산업 분야에서도 ‘제2의 이건희’가 탄생할 수 있으려면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등 도전정신이 낳은 세계 일류상품 =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또는 5% 이상(현재 일류상품)이거나, 향후 7년 이내에 5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차세대 일류상품 등 우리나라의 ‘세계 일류상품’은 총 817개(917개 기업)다. 현재 일류상품은 550개(663개 기업), 차세대 일류상품은 267개(284개 기업)다. 산업부가 일류상품 선정을 시작한 2001년만 해도 현재 일류상품 55개(80개 기업), 차세대 일류상품 60개(60개 기업) 등 세계 일류상품 수가 120개(140개 기업)에 그쳤지만, 18년 사이에 일류상품 수는 6.8배, 기업 수는 6.5배나 많을 정도로 경쟁력이 강화됐다.

이들 세계 일류상품 생산 기업들은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4∼2018년 5년간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의 수출액은 1조1288억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총수출액(2조7735억 달러)의 40.7%를 차지했다.

지난해 새로 선정된 세계 일류상품은 92개(116개 기업)로, 현재 일류상품은 31개(47개 기업), 차세대 일류상품은 61개(69개 기업)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가 만든 ‘골리앗 엘리베이터’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0%로, 세계 최초·최대 용량인 500명(100t)까지 자유롭게 실어나를 수 있다. ‘경동나비엔’의 ‘가스벽걸이형 보일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1%를 차지하는 세계 3위 상품이다. ‘샘씨엔에스’의 ‘프로브카드용 다층 세라믹기판’은 세계 시장 점유율 17%, 세계 3위로 반도체 칩을 조립 전 사전 검사해 불량품을 구분하기 위한 판정장치에 쓰인다.

◇‘이건희 DNA’ 확산의 과제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등을 발굴하는 것은 결국 민간이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기술적 변화, 세계 동향, 자신이 가진 역량을 보면서 글로벌 1등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인뿐”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특히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시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지만 삼성도 반도체·휴대전화만 갖고는 1등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독일 법인세가 15%인데 우리나라는 27%, 상속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인데 우리나라는 50% 세율에 할증까지 붙어 60%를 내야 한다”며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보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게 100억 달러인데, 우리나라에서 나간 게 600억 달러에 이르는 등, 기업들이 떠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훈·박수진·곽선미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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