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기 맞아 평전 등 출간
“오류 인정할 줄 안 지식인”


“리영희 선생은 ‘사상의 은사’라는 격찬과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매도가 함께 따라다니는 지식인입니다. 이데올로기 논쟁 속에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리영희 사상을 재조명하고 싶습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2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10년 작고한 리영희 평전 작업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을 쓴 리영희는 20세기 중후반 진보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언론인이자 사상가다. 이날 간담회는 창비가 리영희 타계 10주기를 맞아 출간한 평전 ‘진실에 복무하다’와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집 편찬은 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과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으며 평전은 언론인 출신의 권 대표가 집필했다.

냉전 시기 ‘사회주의’에 경도됐던 리영희는 공산주의 폭력성을 드러낸 중국 문화대혁명을 옹호하고 북한 사회를 미화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비판은 이런 점에 기인한다. 권 대표는 “1970∼1980년대 반공 사상과 우익적 사고가 압도적 위치를 점하는 상황에서 남한과 미국을 향한 비판에 더 적극적이었던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리영희가 일방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공산정권을 옹호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밀입북 사건으로 감옥에 간 임수경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한 체제의 교조주의는 정신적 미라’라고 냉정히 비판했고,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남한을 중심으로 통일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어요. 어느 강연에선 ‘한때 중국 문화대혁명에서 인간 개조의 가능성을 믿고자 했으나 1990년대 초 사회주의 붕괴를 지켜보며 내 믿음이 잘못된 게 아니었나…’라고 반성한 적도 있습니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할 줄 아는 지식인이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리영희의 사상을 오늘 다시 소환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 교수는 “우경화하는 일본, 평화협정 체결이 요원한 남북관계 등을 보면 ‘친일’과 ‘파시즘’이라는 우상과 싸우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했던 선생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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