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내정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7월 15일부터 공수처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늦춰지고 있는 공수처 출범은 처장 선임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추천위원회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추천위원 간의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고, 공수처의 권한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사실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의 권한 오남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추천위원 간의 갈등 또한 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20년이 훌쩍 넘었고, 그동안의 검찰개혁이 계속 실패하면서 공감대가 커졌다. 그러나 공수처 도입 찬반과 공수처법의 내용(공수처의 구성 방식 및 권한 범위 등)에 대한 찬반은 구분돼야 한다. 공수처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 있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공수처, 새로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과 경찰 위에 군림하는 공수처에는 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출범에 대한 반대는 대부분 현행 공수처법에 따를 때 공수처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공수처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추천위원회에서 2인을 추천하고, 그중에서 1인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임명하도록 한 것은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2인 중의 1인만 친여 성향의 인사라 하더라도 코드 인사가 가능한 조건이 된다. 이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추천위원회에서는 7인의 위원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이른바 야당의 비토권),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 코드 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은 헌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대법원장, 감사원장 등의 예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둘째,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위는 상당히 넓은 반면 공수처의 인력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인 이내, 수사관 40인 이내에 불과하다. 이 인력으로는 대형 사건 하나를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 결국, 공수처법에 따른 수사 대상 중에서도 선별적 사건 처리가 불가피한데, 그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이 문제다. 예컨대 야당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사건을 공수처에서 맡아 무혐의로 처리하는 등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공수처법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이첩을 요구하거나, 공수처가 맡은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할 수 있다. 이렇게 수사기관 간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수사지휘의 성격을 가지며,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들의 상급기관이 되게 만든다.
여당에서는 공수처장 선임에 대한 야당의 비협조를 우려하면서 추천위원회가 30일 이내에 처장후보자 추천을 위한 의결 절차를 마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수처법의 내용상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법 개정이 먼저다. 일단 공수처를 먼저 출범시켜 놓고, 문제점들은 천천히 고쳐 나가자는 것은 그 피해를 결국 국민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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