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못해”…사실상 ‘비토’의사
유, 회원국 선호도 크게 밀려도
美대선 이후로 결과 미뤄질 듯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선호도 조사 결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시간) 유 본부장을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오콘조이웨알라를 ‘사실상 비토(거부)’하면서 선거 결과 도출이 미국 대선 이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는 ‘중도 포기’하지 않고 ‘막판 역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USTR는 이날 유 본부장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해 “지지할 수 없다”며 사실상 비토 의사를 나타냈다. 나이지리아 후보 측 주장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는 163개 회원국 중 104개국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의 비토로 당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USTR는 이날 성명에서 “유 본부장은 성공적인 통상 협상가와 무역정책 입안자로 25년 동안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비토하는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전문성 부족과 WTO 지도부 내 일방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 등을 꼽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콘조이웨알라가 세계은행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등 국제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고, 중국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맹국인 한국을 향한 ‘점수 따기’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9일 WTO 특별일반이사회에서 미국이 비토를 철회한다면 오콘조이웨알라의 당선이 가시화될 것이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선거 결과 도출이 미국 차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유 본부장에 대한 비토를 표명한 국가는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유 본부장의 당선 여지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모두 유 본부장을 비토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외교 경로를 통해 알려왔다고 한다.
정부는 선호도 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 내에서는 미국이 지지해준 만큼 “끝까지 가보자”는 기류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나이지리아는 미국의 비토로 11월 9일 이사회에서 당선되지 않더라도 미국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비토 철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고 1월까지도 버티기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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