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고정관념·실패에 대한 두려움 떨쳐버리고 창의력·통찰력 키워 담대하게 ‘미래의 모험’ 나서야 상상할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로켓과학자 사고 필수적
1962년 9월 미국 라이스대 스타디움. 45세의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빽빽하게 자리를 채운 청중 앞에서 깜짝 놀랄 선언을 했다. 1960년대가 끝나기 전, 달에 사람을 보냈다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고. 당시까지 대기권 밖에 나가본 미국인은 전무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달 궤도는커녕 지구 궤도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케네디의 약속이 이행되려면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났다.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 일행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를 ‘기술의 승리’라고 칭송하면서,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식의 통 큰 계획을 ‘문샷(moonshot)’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코넬대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사의 ‘화성 표면 탐사 로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변호사 겸 저술가로 변신한 저자 오잔 바롤은 성공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인간의 달 착륙은 ‘기술의 승리’ 이전에 ‘사고과정의 승리’며,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는 로켓과학자들의 사고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원제가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기(Think like a rocket scientist)’인 이 책은 ‘일상의 모든 문제에 로켓과학자처럼 접근하는 비(非)로켓과학자 군단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내건 저자의 새로운 생각법 안내서인 셈이다.
로켓과학자의 사고법은 어째서 다르다는 걸까. 로켓과학자가 처리하는 일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그래서 더 예측하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수단은 최소한에 그치지만, 실패할 경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과 심지어 사람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저자는 설명한다. “로켓과학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 온갖 실패와 사고를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로 바라보지 않고 얼마든지 풀 수 있는 수수께끼로 바라본다. 맹목적인 신념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 그들의 규칙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기본설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언제든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문제는 로켓과학자 식의 사고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안전을 위해 포식자나 독성 물질 등 위협 요인과 거리를 두는 쪽으로 진화했다. 불확실한 것에 공포감을 느끼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근대 이후 ‘정답’과 ‘표준화’를 강요해 온 사회 시스템과 조직 문화도 안전 지향형 인간을 양산했다. 이에, 저자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을 제시했다.
그 출발점은 ‘불확실성과 춤추기’다.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한 채 확실성만을 좇는 것은 한밤중에 잃어버린 열쇠를 가로등 불빛 아래서 찾는 술 취한 사람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이 사람은 자기가 어두운 곳 어딘가에서 열쇠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가로등 아래서만 헤맨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한다. 거기에 불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획기적인 돌파가 이뤄지는 시점은 해답의 확실성을 희생할 때, 즉 가로등 아래를 벗어나 깜깜한 곳으로 나아갈 때다. … ‘미지의 것’과 춤추는 사람, 평온함 대신 위험을 찾아 나서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생각에 불을 붙이는 것에서 시작해 이를 발전시키고 실행에 옮기고 평가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사고 전략’과 ‘사고 전술’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엉뚱한 가설을 세운 뒤 이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사고 실험’,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됐다는 가정하에 이를 이루기 위한 경로나 잠재적 위협을 탐색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 캘리그래피에서 다양한 컴퓨터 글꼴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처럼 이질적인 분야에서 해법을 찾아내는 ‘조합놀이’ 등이 대표적인 ‘사고 전술’이다.
과거의 지식에 얽매인 고정관념,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을 떨치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른바 ‘뷰카(VUCA) 시대’의 생존법과 통한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을 특징으로 하는 예측 불가한 시대가 펼쳐진 만큼, 과거의 관습과 무사안일주의는 벗어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지 개인의 차원에서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패를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 모험을 주저하지 않으려면 리더와 조직 문화, 나아가 제도까지 바뀌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생존법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52쪽,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