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집중력 배양 도움
오케스트라 활동 사회성 키워
부모 스스로 먼저 관심 가져야
자녀들과 음악으로 소통 가능
지성·감성 겸비해 주는 교육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래 밑걸음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대중소설이나 베스트셀러보다 고전을 읽는 것이 지성과 감성, 사회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실려 관심을 끌었다. 미국 뉴스쿨대 연구팀은 대중소설이나 베스트셀러의 경우, 작가가 흥미를 끌기 위해 작품의 전개 과정을 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을 제한하는 데 비해 고전은 내용의 전개 과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은 셰익스피어와 워즈워스 같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 원본과 이를 부드럽게 풀어쓴 개정판을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각 읽게 한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변화를 촬영했다. 그랬더니 원본을 읽을 때는 뇌의 전기신호가 급증했지만, 개정판을 읽을 때는 전기신호 발생량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고전(古典, classic)의 힘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클래식 역시 다른 장르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 가장 특별한 점이 바로 ‘상상력’과 ‘자기 성찰’이다. 클래식 음악처럼 뭔가를 차분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좌해서 명상할 수도 있고, 여행을 가서 드넓은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시간 말이다.
클래식 음악은 무언가에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도 되고, 악기를 배워 연주하게 되면 가장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어떤 악기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음악과 더 쉽게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연주법을 배우기 위해 악보를 읽다 보면 악보를 익히고 분석하고 암보(暗譜)하는 힘이 생긴다. 지적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어느 정도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통찰력과 지성이 쌓이고 인내심도 생긴다.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느끼게 되고 감성도 풍부해진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하면 지성과 감성, 두 요소가 모두 발달한다. 특히, 학창시절의 오케스트라 활동은 아름다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기고 느끼고 이뤄 내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소리 크기를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할지, 다른 악기 소리를 들으면서 어떻게 협력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회성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와 함께 집에서 음악도 듣고, 음악회도 다니면서 예술을 즐기는 분위기와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줘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감성과 정서 교육에 관심이 없으면서 무조건 아이들에게 음악만 들려주고 배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예술 세계와 벽을 쌓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자연스러운 교감을 생명으로 한다. 물론 클래식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인위적인 목적을 가지고 억지로 음악을 듣게 되면 이미 ‘음악’이란 아름다운 본질에서 멀어진다.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자신을 유도하는 일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다면 분명 음악은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통로가 돼 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여러 가지 소통 수단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숫자로만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렇게 결과만 쳐다보면서 가르치면 지능이 뛰어나고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로 자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결국은 감성이 메마른 외로운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이 힘든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과 감성이 메마른 아이들은 얼핏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표현하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봄이 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하는 질문에 대개는 “따뜻해져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는 “물이 흘러요”라고 답한다. 얼마나 멋있는가! 작지만, 이 차이는 아이들의 미래를 전혀 다르게 만들 것이다. 누가 더 성공한 사람이 될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지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깊이와 포용력을 가진 어른이 될지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지성과 감성과 사회성은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게 해주는 가이드와 같다.
클래식을 듣고 배우는 것은 계산이 빠른 사람, 판단이 냉철한 사람, 물질적인 산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을 지성과 감성과 상상력을 더해 성숙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이뤄내는 사회는 분명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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