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산업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세계 자동차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6월 테네시주 공장에서 7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직원 8%에 해당하는 160여 명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포드는 북미 지역에서 사무직 1400명을 줄일 방침이다. 독일 BMW는 계약직 1만 명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 다임러도 오는 2025년까지 1만 명 감원을 계획 중이다. 일본 닛산은 총 2만 명 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고, 프랑스 르노도 1만5000명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강력한 인적 구조조정에 나섰는데도 파업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독일 폭스바겐은 임단협 유효기간을 늘렸다. 일본 토요타 노조는 이달 초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성과 평가에 따른 임금 인상 폭 결정 방안을 수용하며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노조만은 또다시 파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당장 기아차 노조가 파업 채비를 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6일 대의원대회를 거쳐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다음 달 3일쯤 파업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특히 노조는 회사가 3분기 실적에 세타2 엔진 리콜 대비 충당금 등 품질비용을 반영한 것을 비난하며 이사회 퇴진을 요구했다. 노조원 월급을 올려주기 위해 소비자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엔진 결함 논란을 무시해야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초래된 생산 차질을 만회해야 할 시기인데, 한국지엠 노조는 29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30일과 다음 달 2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잔업과 특근은 지난 23일부터 거부하고 있다. 이에 맞서 회사는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손실(약 6만 대)에 노조 결정으로 1700대가량 추가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된다”며 노조를 공개 비판하는 등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다음 달 노조 집행부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임기 말 집행부가 파업 찬반투표까지 강행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지만, 강성 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추진 등으로 시간을 허비해 임단협 타결은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완성차가 파업할 경우 제일 먼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부품 협력사들이다. 한국지엠 협신회(협력사 모임)는 28일 “임단협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들은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하루나 이틀의 생산 중단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지엠 상반기 생산이 계획보다 30% 감소하며 협력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의 지적대로, 완성차 노조들은 ‘소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산업 격변기에 노조가 구태를 반복한다면, 한국 자동차 업계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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