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담은 ‘경영서 열풍’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속
‘초일류기업 스토리’에 영감

스타벅스·디즈니 성공기에
우버 실패담까지 높은 인기
넷플릭스 엿보는 ‘규칙없음’
출간 두달 안돼 3만부 돌파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규칙없음’),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디즈니만이 하는 것’),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그라운드 업’), 그리고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슈퍼 펌프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기업가들의 책이 잇따라 출간돼 CEO 경영서 열풍을 이끌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라이팅하우스)과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 등이 쓴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김영사)도 나왔다. 반응도 좋다. ‘규칙 없음’(RHK)은 출간 두 달도 안 돼 3만 부를 가볍게 넘었고 ‘그라운드 업’(행복한 북클럽)은 한 달여 만에 1만 부 가까이 팔렸다. 지난 5월에 나온 ‘디즈니만이 하는 것’(쌤앤파커스)도 2만 부 이상 팔려 나갔다.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은 흔히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서적이 독차지했다. 또 ‘기업인이 쓴 경영서’라고 하면 딱딱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이 같은 이전 흐름을 넘어선 기업가 경영서 열풍의 요인과 유형별 특징을 살펴본다.

◇‘성공담’부터 ‘폭로성 르포’까지

최근 경영서는 △CEO나 창업자의 자전적 스토리 △기업인을 위한 경영 지침서 △외부인이 파헤친 르포르타주 등 대략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빈민가 소년이 ‘커피 제국’을 일구는 드라마를 그린 슐츠 명예회장의 ‘그라운드 업’은 첫 번째 유형에 가깝다. 아이거 회장이 쓴 ‘디즈니만이 하는 것’도 스타일이 유사하다. 책을 읽으면 세계 관객을 휘어잡은 ‘콘텐츠 왕국’의 비밀이 한눈에 파악된다. 반면 넷플릭스의 독특한 ‘자율과 책임 문화’를 알려주는 ‘규칙 없음’이나 애플·구글·페이스북·트위터·이베이 등 실리콘밸리의 경영 스승으로 평가받는 빌 캠벨에 대해 쓴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는 단도직입적으로 충고를 던지는 지침서다. ‘복잡한 휴가·출장 규정을 없애라’ ‘성과를 못 내는 직원은 과감히 내보내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이어진다. ‘슈퍼 펌프드’는 저널리스트의 폭로성 르포라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다. 이 책은 차량 공유기업 우버의 몰락 과정을 추적한다.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비법’이 아니라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등의 교훈을 전하는 반면교사인 셈이다.

◇콘텐츠 비즈니스 로망 & 코로나 해법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경영서의 대부분이 콘텐츠 기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세현 쌤앤파커스 편집자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대형 제조업 관련 책이 많았다”며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런 변화가 출판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 책이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젊은 학생들은 자유롭고 품격 있는 일을 하면서도 일정한 부(富)를 챙길 수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로망’이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뉴닉이나 퍼블리 같은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독서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술 방식 변화도 CEO 경영서 열풍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 편집자는 “과거 경영서들은 ‘톱-다운’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독자를 가르치려 했다면 최근엔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화법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서 아이거 회장이 인사 참사 사례를 고백하는 것처럼, 요즘 책들은 CEO가 실패담을 숨김없이 공유하면서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기업인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최일규 행복한 북클럽 편집자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사업 재편을 고민해야 하는 경영자들은 성공한 기업 사례에 대한 분석이 절실해졌다. 초일류 회사들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으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출판계도 관련 서적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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