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내년 7월 퇴임 땐 대선 본격화
후보감 빈곤한 보수 측 기대감
정치 뛰어들 가능성 더 높아져

스토리 리더십 불구 반대 많아
법무장관 감사원장 총리 거명
與재집권 땐 형극의 길 갈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에 뛰어들 것인가?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 선택이 아니라 그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7% 넘는 지지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이낙연 대표에 이어 3위인데,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는 야권에서는 어떡하든 윤 총장을 끌어가려 한다.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지사와 이 대표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윤 총장의 가치를 더 높게 만든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민주당, 청와대 등 여권 전체와 충돌하고 있다. 윤 총장이 내년 7월에 2년 임기를 마치든, 그 전에 사퇴하든 여권에서는 무슨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그를 구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미 갖가지 명목의 감찰로 작은 구실이라도 될 만한 것을 찾고 있다. 윤 총장으로서는 퇴임 후 정치적 방어망이 필요하다.

윤 총장은 2022년 대선에 나갈 것인가? 꼭 그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릴 필요가 있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후보 가운데 1위라는 정치적 위상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윤 총장은 나름 ‘스토리’도 있고, ‘리더십’도 엿보인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서 윤석열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그에게는 ‘안티(적대 세력)’가 많다. 문 정권 핵심 지지층은 그를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야권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 4명의 국정원장, 2명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구속한 그를 비토하는 세력이 있다. 윤 총장의 지지도가 오를 때, 그를 비판하는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윤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고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정을 잘 이끌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는 평생 검사로 일해온 사람이다. 남북 관계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과의 외교·안보 문제,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안목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국정의 시행착오마저 정쟁화하는 반대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5년간의 국정 혼란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그동안 유력했던 장외 대선 주자들이 힘을 잃은 것은 대부분 거대 정당의 지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이라는 플랫폼 없이 정치인 혼자 힘으로 자생하기는 어렵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야권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가 힘을 합치고, 당 밖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야권이 추진할 ‘공동 정권’의 한 자리를 윤 총장이 맡을 수 있다. 만일 정권을 잡는다면, 윤 총장의 선택은 넓어진다. 새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치를 세우거나 감사원장, 검찰 출신에게 주어지는 대법관을 맡을 수도 있다. 또, 선거에서의 공헌도에 따라 국무총리로 발탁될 수도 있다. 만일 윤 총장이 올해 안에 사퇴하게 된다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나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경력과 경륜을 쌓으며 향후 정치적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반면, 다음 대선에서도 여당이 승리한다면, 윤 총장에게는 형극의 길이 놓일 수도 있다.

최근 충남 논산시 교촌리의 명재(明齋) 윤증 선생 고택에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윤 총장이 윤증의 후손이라고 한다. 교조적인 노론의 영수 송시열에 맞서 소론 세력을 이끈 윤증처럼 윤 총장이 이념에 치우친 문 정권과 대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윤증은 대사헌·이조판서·우의정 등 수많은 관직에 제수됐지만,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현실 정치로 나가면 목숨을 걸고 노론 세력과 싸워야 하는데,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 덕분인지 윤증은 노론에 의해 사문난적으로 몰렸지만, 오히려 사약을 받은 송시열과 달리 85세의 천수를 누렸다. 윤 총장이 야권의 요구대로 정치의 길로 뛰어들지, 그저 조상인 윤증의 길을 따를지, 아직 고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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