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1일 새벽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거리를 가로막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0월 25일부터 6개월간 야간 통행금지령이 선포된 상태다.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1일 새벽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거리를 가로막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0월 25일부터 6개월간 야간 통행금지령이 선포된 상태다. EPA 연합뉴스
스페인 시위대 상점 부수고
獨선 경찰에 병·계란 투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유럽 내 봉쇄조치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이 시위로 터져 나오고 있다. 시위뿐 아니라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증오로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도 커지고 있어 유럽 내 교민 피해도 우려된다.

1일 스페인 엘파이스에 따르면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빌바오, 말라가 등에 지난달 31일 밤 시위대가 길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들을 파괴했다. 같은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도심 광장에 있던 500∼800명의 시민이 경찰관들을 향해 병과 계란을 던지며 공격했다. 전날에는 나폴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프랑스, 벨기에 등지에서도 봉쇄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국장은 지난달 29일 유럽 보건 장관들과의 긴급회의에서 “최근 1주간 유럽의 신규확진자가 약 150만 명 늘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들어선 이후 최대의 증가세를 보였다”며 “유럽은 다시 이번 팬데믹의 진원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위는 앞으로 유럽 내에서 더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WHO가 지난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경제난과 심리적 피로로 정부의 통제나 건강 지침을 따르려는 동기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언론인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올해 초 첫 봉쇄령 때 사람들은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비상사태라는 생각에 단결했다”며 “이제 그들은 속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중의 분노는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폭력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일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모욕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비단 중국계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는 37세의 베트남계 여성(37)은 지난 10월 27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한 커플이 자신에게 “중국으로 돌아가서 개나 먹으라”고 소리치며 침을 뱉고 주먹까지 휘둘렀다고 밝혔고, 같은 달 29일엔 아시아계 대학생이 친구와 탁구를 하다 이유 없이 두 명의 청년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몽펠리에에서 한국인이 흉기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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