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
“의견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국립중앙박물관은 건물, 조직 등 외형이 충분히 커졌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국립박물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탄탄히 갖추는 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소장품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시 기획을 하고, 관련 연구자의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민병찬(54·사진)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일 저녁에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임명 사실을 발표한 후,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운영 방침을 생각해보진 못했다”면서도 “관람객이 우리 문화 자긍심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저력이 여기에 있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는 우리 문화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년 동안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했던 민 관장은 국내 학계에서 손꼽히는 불교미술사학자이자 전시 기획통이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불교조각사를 전공했고, 일본 오사카(大阪)대 동양미술사연구소에서 연수했다. 1989년부터 국립박물관에서만 31년을 근무했고, 중앙박물관에서 전시과장, 연구기획부장, 학예연구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10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자리에 모은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 등은 그의 전문성과 열정이 이뤄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8년 학예실장 때 손혜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나전칠기 구매 요구에 반대했다가 경주박물관으로 인사이동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 관장은 “나전칠기 자체는 가치가 높지만, 당시 손 의원 측이 요구한 것은 현대작품 매입이어서 중앙박물관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보복으로 인사이동됐다는 설과 관련, “경주가 본산인 신라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제가 인사 제안을 받아들여 내려갔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처럼 직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소신 있게 반대할 경우에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전문가 조직이니 개개의 전공과 성향이 존중돼야 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관장은 그걸 조율하는 사람일 뿐이지요.”

민 관장은 박물관이 현대인의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안식을 취할 겨를이 없잖아요. 박물관에서 옛것을 보며 여유를 찾고 자신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내용을 충실히 채워나가겠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