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익(31)·김지현(여·31) 부부

우리 부부는 7년 전 친구가 주선한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당시 저(지현)는 모교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었고 남편(규익)은 대학 3학년이었습니다. 성미 급한 저는 남편 연락처를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연락했고 마침 학교에 있다는 말에 바로 만나자고 통보했습니다. 만나서 어디 갈지 고민하는 남편에게 “치아교정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서 그러는데 우리 죽 먹을래?”라고 말했습니다. 미안했던 저는 죽을 먹은 뒤 계산은 제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첫 만남에 먼저 밥값 계산하는 제 모습에 호감지수가 수직 상승했다고 합니다.

연애 시작 1년여 만에 남편이 경남 창원의 한 회사에 입사하면서 저희는 1년 10개월 정도 장거리연애를 해야 했습니다. 하루빨리 함께 있고 싶어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남편은 “서른 살이든, 마흔 살이든 어차피 너와 결혼할 건데 굳이 떨어져 살며 연애하는 건 시간 낭비”라며 프러포즈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3월부터 2세 계획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아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6개월 노력 끝에 병원을 찾아 과배란 자연임신에 이어 인공수정까지 진행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국, 시험관 시술을 계획하고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에서는 난소가 부었다며 3개월 후에 시술하기를 권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펑펑 울며 집에 온 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음식 조절도 하지 않고, 커피며 밀가루 음식도 마음껏 먹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 저는 문득 생리가 일주일이나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를 해보니 자연임신이었습니다. 겨우 3㎏ 남짓한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게 이렇게 기쁘고 설레는 일인 줄 전에는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달 고대하던 아이가 태어난다는 기쁨에 올 한 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보냈습니다. “남편,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60년 더 살자! 그리고 다음 생에도 나랑 꼭 결혼해줘!”

sum-lab@naver.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