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년반
11만2239명이 존엄사 택해


“품격 있는 죽음은 품격 있는 삶의 결과와 같다.”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산업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명성을 얻었던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자신이 존엄사를 택한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스콧 니어링은 1963년과 1982년 두 번에 걸쳐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즉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의사로서 치료를 권장하던 친구에게 “고맙지만 삶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며 존엄사 의사(意思)를 밝혔다. 그는 실제 100세가 되던 해 연명치료나 물리적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아내 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래 산 만큼 ‘죽는 방법’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숙의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것이다.

논의의 핵심은 ‘존엄사를 인정할 것이냐’다. 세계적으로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미국에서는 오리건주가 1997년 존엄사를 처음 합법화한 데 이어 40여 개 주에서 인공호흡기 제거 등 소극적 형태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2002년 불치병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법으로 규정하면서 존엄사를 허용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범 사업을 실시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후 법 시행 2년 반 만인 올해 7월까지 전 국민 중 1.3%에 해당하는 총 11만2239명이 연명치료 대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엄사를 택하는 사람은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이 2018년 2만8000여 명에서 지난해 5만2000여 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단, 전문가들은 연명의료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연명케 하는 활동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료 효과는 없지만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통해 임종 시점만 연장하는 것이 연장치료고, 그것을 중단하는 게 존엄사라는 것이다.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는 개념이 다르다. 현행 존엄사법 역시 본인의 의사 혹은 가족 2인 이상의 증언에 한해서만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존엄사를 ‘섣부른 자살의 합법화’라며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존엄사를 두고 “창조주의 뜻에 반한다”며 “고대에서든 현대에서든 ‘살인’이라는 말의 뜻은 똑같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생명 윤리는 효율과 무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