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드릴로 신작소설 ‘침묵’

“저 바깥에 뭐가 있건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에요. 문명을 이루는 인간 조각들.” (p.101)

‘저 바깥’에 무엇이 있을까. 이 말은 ‘코로나 이후’가 어떻게 될지를 묻는 우리의 심정 같다. 인류는 알 수 없는 그것을 ‘뉴노멀’이란 말을 붙여, 애써 추측해보려 한다. 초점은 미래보다 과거, 그리고 현재에 있다.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점쳐지는 우리의 지난 ‘일상’이, 사실은 돌아가선 안 될 ‘잘못된 종류의 정상’이었다는 분석(그것은 이제 부동의 전제다) 말이다. 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돈 드릴로의 신작 ‘침묵’(창비)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제 여든을 넘긴 이 노작가는 현대 미국 사회를 탐구하며, ‘예언적 면모’가 드러나는 글을 써왔는데, 올해 뉴욕 봉쇄 전에 이미 완성된 이 소설도 ‘팬데믹 시대’를 훤히 내다본 듯 지금과 흡사한 풍경이다. 현대인의 삶과 존재를 지탱하고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고, 뉴욕 맨해튼 거리가 텅 빈다. 그리고 한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가 이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 아니, ‘견딘다’는 표현이 낫겠다. 그것은 단 하루뿐인데, 이들의 선문답과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기존 체제의 오류를 짚어가며, 반성문을 쓰고 있는 지난 몇 달간의 우리를 닮았다. “이것을 3차 대전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게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실패한 실험인 건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시작된 계획인 거야?” “이게 다 살아서 숨 쉬는 환상 같은 거라면 어떡해?” 답은 맨 처음 문장 속에 있다. 우주와 세계와 문명을 이루는 하나의 ‘조각’에 불과한 인간임을 아는 것. 또한 지금의 재앙을 불러온 장본인이며, 그 결과도 책임도 대안도, 모두 그 ‘인간 조각’에게 있다는 것이다. 148쪽, 1만4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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